상품권이 연평균 7조 원 규모로 발행되고 있지만 ‘누가 구매하고 어떻게 쓰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지하경제 유입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돼도 상품권은 관리·감독의 근거가 없어 향후 더욱 음성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가 한국조폐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상품권은 총 34조6153억 원이 발행됐다. 연평균 약 7조 원의 상품권이 발행된 셈이다. 작년 한 해만 8조355억 원에 이른다. 이 중 10만 원권 이상 고액상품권은 5조366억 원으로 전체의 62.7%를 차지한다.
최근 5년간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연평균 약 10조 원으로, 상품권 발행량이 화폐 발행량의 약 70%에 달하지만, 상품권은 한국은행의 통화량 산정에서는 제외된다.
문제는 지난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과거 상품권법에서 규정하던 상품권의 발행자의 인허가, 발행, 상환, 미상환 등의 보고·검사가 사라져 시중에 어떻게 유통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상품권의 발행·판매, 유통 등을 관리·감독하는 소관부처도 없어 기초적인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고액 상품권이 금품수수·리베이트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나 ‘상품권깡’ 등에 활용될 여지가 큰 실정이다. 상품권깡은 상품권을 구매하고 수수료를 뗀 뒤 되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법인 등 사업자는 법인 카드로 상품권을 구매 후 경비 처리가 가능한데, 사용처에 대한 증빙은 필요 없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거 사들인 뒤 환전상을 통해 손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김현미 의원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고액상품권 발행 전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는 상품권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품권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