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주택 33차가 내달 서울시에 공급되는 가운데 강남권에서 분양되는 시프트의 경쟁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 강남권의 전세 시세와 시프트 입주 소득제한의 괴리로 다른 지역과 달리 '전세로또'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낮은 경쟁률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다음달 서울 송파구 거여동·장지동·오금동을 비롯해 구로구 고척동, 서초구 서초동 등 5개 구역에 총 1387가구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공급한다.
거여동 장기전세에서는 39㎡ 128가 공급되며 △고척동 장기전세 45㎡(28가구)· 49㎡(11가구) △위례A-10 59㎡(556가구)·71~74㎡(442가구) △오금1 49㎡(79가구)·59㎡(78가구) 등 건설형 장기전세 1322가구가 공급된다.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되는 장기전세는 서초우성3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로 59㎡에서 6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로 33차 공급물량 중 유일한 매입형이다.
장기전세주택의 브랜드인 시프트는 최장 20년간 주변 아파트 시세의 80% 수준의 보증금으로 거주 가능한 서울시의 대표적인 임대주택이다. 연 보증금 인상률도 5%까지만 가능하다. 이 때문데 임대주택인데도 일명 '전세로또'라고 불릴 만큼 수요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아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상반기 실시된 32차 장기전세의 1순위 경쟁률을 살펴보면 금천 롯데캐슬의 59㎡ 일반분양이 5.6대1, 상도 두산위브트레지움의 59㎡ 일반분양도 8.2대 1을 기록했다. 같은 면적에서 마곡힐스테이트와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은 각각 12.4대 1과 22.5대 1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장기전세주택이 이처럼 큰 인기를 누리며 전세로또로 불리는 반면 강남에서 공급되는 장기전세는 예상보다 낮은 경쟁률로 고전한다.
앞서 상반기에 공급된 래미안 신반포 자이(59㎡)의 일반공급은 1순위 접수에서 25가구 공급에 46명의 신청자가 몰려 1.8대1을 기록했고, 래미안 서초스위트가 1대 1, 반포자이가 2.8대1을 기록했다. 아크로리버파크반포는 그나마 28가구 모집에 81명이 몰려 가장 높은 2.9대 1을 기록했다.
이들 강남권 장기전세는 다른 지역 장기전세와 달리 1순위 접수에서 신청자수가 공급세대수의 300%를 초과하지 않아 결국 2순위까지 청약접수가 이어졌다.
강남권 장기전세에 이처럼 관심이 쏠리지 않는 이유는 높은 보증금 때문이다. 32차에 공급됐던 래미안 신반포 자이(59㎡)와 반포자이는 6억 2480만원, 아크로리버파크반포의 59㎡도 6억 7600만원으로 보증금이 책정됐다.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59㎡) 가격(2억 6000만원)과 고덕동 고덕래미안 힐스테이트(3억7200만원), 성내동 올림픽파크 한양수자인(2억9200만원)의 보증금보다 2배 안팎의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인 4억 244만원보다도 2억원 가량 비싸다.
부동산 업계는 장기전세 신청자의 소득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처럼 높은 보증금은 괴리가 커 감당할 수 있는 수요자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권 장기전세의 대부분이 59㎡ 이하여서 소득 수준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이 적용되는데 이 수준의 소득으로는 애초에 6억을 넘기는 전세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16년 적용되는 3인 이하 가구 소득기준은 481만 6665원, 4인 가구 기준은 539만 3154원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20년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고 해도 평균 전세가보다 2억원이 비싼 곳에 애써 청약을 할 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득이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00% 이하인데 6억원이 넘는 전세를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오히려 모순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단지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의 보증금을 가졌다면 이미 시가 적용한 소득의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권 시세를 적용하는 만큼 높아지는 보증금의 가격과 현재 적용되는 소득제한 기준에 괴리가 있는 건 인지하고 있고 수정할 계획은 있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으로 계획한 방안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