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물류대란 사태의 책임을 한진그룹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물류대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최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물류대란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 측에 추가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적으로나 회사경영 측면에서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에 대해 대주주 기업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에 대한 사재출연 강요는 주식회사 유한책임 법리 넘어선 초법적 요구”라며 “법정관리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무를 조정하는 것인데, 이미 자기 손을 떠난 회사를 대주주라는 이유로 개인적인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한진그룹의 추가 지원요구는 배임을 강요하는 셈”이라고도 표현했다. 한진해운의 회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진그룹의 출연을 요청하는 것은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에게 배임을 강요하는 셈이라는 주장이다.
연강흠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조양호 회장이 4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것으로 사회적 책임은 어느 정도 진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공개회사인 대한항공이 대주주라 해서 유한책임의 범위를 넘어서는 출연을 강제하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가 경제적 파급효과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미래전략을 갖고 산업 구조조정이나 산업 재편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물류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개별 기업에 국가 차원의 물류 문제를 맡기거나 책임지게 하는 것은 역할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며 비판을 제기했다.
이동현 평택대학교 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운업은 해양물류를 넘어서 외교·안보, 신해양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확장성이 있는 산업으로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이런 산업을 여러 가지 산업 중 하나로 취급해 금융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해 지원에 인색했던 것이 오늘날 물류대란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 같은 우리나라의 해운업에 대한 그간의 접근 방식에 대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한진해운 사태를 바라보는 채권단의 시각이 부실기업을 정리한다는 차원에 머물러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해운업이나 해양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과거와 현재 정부의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