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속앓이도 깊어졌다. 한은은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면서 좌불안석이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 2.7%에는 추경의 조기집행이 전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전망치 1.1% 달성마저 힘들어지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조금씩 높아지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불똥이 수출기업에 튀었다.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다수의 한진해운 선박이 억류와 입항 거부를 당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수출 화물물류 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선박 압류, 입항 및 반입, 출항 거부 등 피해 사례는 119건에 이른다.
수출이 움츠러들며 한은의 올해 전망치 달성이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제2차 피해인 물류대란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라며 “빠른 수습이 불가능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역시 예상치 못한 물류대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당초 GDP를 2.7%로 전망할 때 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수출기업의 물류 피해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도 “한진해운 사태가 전체적인 운임료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수출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물가안정목표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한은은 2016~210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2% 단일 수치로 설정했다. 경기부진으로 가뜩이나 이행하기 힘든 마당에 한진해운 여파는 기름을 부은 격이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물가는 하반기에도 저유가,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물가목표인 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늦어진 추경 역시 부담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7월 경제성장률을 예상하면서 “금리인하와 정부 재정보강은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며 “다만 추경이 조기에 편성돼 효과적으로 집행될 것이라는 점을 전제했다”고 단서를 달았다.
결국 10월로 예정된 수정경제전망에서 GDP와 물가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꿈틀대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한은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9일 열리는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도 주목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