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해운업계 불황이 본격화된 가운데, 중소 해운사에 4000억 원 이상 돈을 빌려줬던 일부 캐피탈사들의 여신 부실화가 도마위에 올랐다.
8일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신한캐피탈과 산은캐피탈 의 선박금융 규모는 각각 2216억 원, 2056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신한캐피탈 당기순이익(461억 원)의 4.8배, 산은캐피탈 당기순이익(893억 원)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선박금융은 해운업체 등에 선박리스나 선박담보대출 형태로 제공되는 금융형태다. 캐피탈사들은 대형 해운업체가 아닌,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사들에 여신을 해준다. 선박금융은 경기흐름에 민감하고 차주당 여신금액이 많다는 점에서 부실이 발생시 타격이 큰 것이 특징이다.
특히 신한캐피탈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신한캐피탈은 전체 선박금융 여신(2216억 원) 가운데 미래 부실가능성을 감안한 요주의(868억 원), 고정(60억 원), 회수의문(16억 원), 추정손실(16억 원)로 분류된 여신이 43.3%를 차지한다.
선박금융을 포함한 전체 부채의 질도 타사 대비 나쁜 상황이다. 신한캐피탈은 6월 기준, 전체 여신 중 요주의이하여신 비율이 8.1%로 같은 등급(AA-)의 캐피탈사 평균인 4.1%보다 2배가량 높다.
산은캐피탈은 전체 선박금융 규모(2056억 원) 가운데 ‘정상’(2025억 원)으로 분류된 여신이 98.5%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추후 부채의 질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전반이 불황을 겪고 있는 만큼, 담보로 잡은 선박 가치가 하락하고 영세 차주들은 빌린 돈을 갚을 수 없거나 연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과거를 보면 처음에는‘정상’ 여신으로 분류됐던 기업들 부채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요주의’나 ‘고정’ 이하로 하락한 경우가 적지않았다”며 “영세 해운사들 부채도 향후 ‘고정’ 이하 여신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캐피탈측은 “일부 해운사들이 초기 원리금 상환 일정을 재조정하는 등 리스크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전체 자산 중 선박금융 비중은 고작 5%에 불과하고 자기자본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큰 타격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