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역풍 직격탄이 우려됐던 중국기업의 한국시장 인수합병(M&A)이 순항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진행 된 주요 딜에서 중국계들 주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핵심자산으로 꼽히는 의류 프랜차이즈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업체 브이그래스(V-GRASS)에 약 1조원에 체결하는 본계약을 지난 2일 체결했다. 이로써 티니위니의 중국 사업권과 글로벌상표을 비롯 법인에 속한 중국 티니위니 디자인 및 영업인력 등을 올해 안에 브이그래스 측으로 넘어간다.
티니위니의 매각가는 시장의 기대 대비 못 미친다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이번 딜 성사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은 이랜드그룹은 올해 상환 목표금액(1조5000억원)중 3분의 2 규모를 해소하게 됐다.
하반기 M&A 대어로 꼽히는 ING생명도 현재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JD캐피탈, 중국계 태평생명, 푸싱그룹 등 총 4~5곳 이상의 후보자들과 본입찰 과정을 생략한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입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통상 입찰 기한에 제한 없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인수 후보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최근 홍콩 외신 등 일각에서 사드 영향으로 인해 중국계 인수후보자들이 발을 빼며 ING생명 딜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이는 사실과 틀리다고 해명했다.
MBK파트너스측은 "기존에 거론 된 중국계 인수 후보자들 포함 다수의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라면서 "경매호가방식, 즉 프로그레시브 딜을 통해 가장 높게 써낸 인수 후보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안방보험도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4개월 넘게 한국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못해 매각 무산이 거론됐지만, 결국 지난 25일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해 일각의 우려를 잠재웠다.
이 밖에 중국발 사드 영향에도 중국계 증권사로는 최초로 자오상증권이 최근 금융위의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받고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중국 자오상증권 본사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8조3608억 원이다. 당기순이익은 1조9507억 원에 달한다. 현재 중국 내에서만 90여 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M&A 전문가들도 사드 관련 후폭풍은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관련 딜을 많이 주도중인 유상수 삼일PWC 딜 비지니스본부 부대표는 "중국인들은 애국자이면서도 경제적으로도 실리주의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명분으로 확연한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더 꼼꼼히 검토하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