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물류 대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서서 대출 방안을 모색 중인 가운데 채권은행 사이에서는 ‘난감하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다. 담보 없는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일 “지금 항구에 밀린 외상값을 갚지 못해 한진해운의 배가 못 들어가고 있다”며 “배가 들어갈 수 없으니 한진해운에 물류 발주를 한 화주 역시 돈을 못 받고 있는 처지다”고 말했다.
배가 해외에서 압류당할 경우 하역료와 터미널 사용료 등 그간 밀린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한진해운으로서는 이를 감당할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에 물류 배달을 발주한 화주 역시 피해를 보고 있어 피해 규모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나서서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지만,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초과하는 등 관련 유동성 지원도 쉽지만은 않다.
현재 채권은행이 한진그룹에 돈을 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에 대출한 여신도 회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로 여신을 확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이에 사태 파악에 나선 금융당국이 ‘조건부 지원’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본래 도의적으로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책임져야 하는데 현재 돈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자금이 없어서 보유 자산을 담보로 잡아서 해결하겠다고 하면 채권은행이 대출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은행은 한진그룹 측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담보 없이 대출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그룹 측이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채권은행에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대출을 고려할 수 있지만, 돈이 될 만한 자산이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더군다나 한진해운의 경우 이어지는 운항 차질에 따라 줄소송을 당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신청한 스테이오더와 관련해 인정을 받는 데까지는 2∼4주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과정에서 용선료와 하역료 등의 대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채권은행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