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대 개원 이후 첫 두 달 동안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된 법안 1131개 중 규제 강화 법안이 457개에 달한다고 한다. 규제 강화 법안이 하루에 5개씩 쏟아진 셈이다. ‘규제완화 법안 비율’에서 ‘규제 강화 법안 비율’을 뺀 수치를 규제 온도로 표시한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영하 53.1˚R(‘R’는 ‘Regulation’의 약자)의 혹한이다. 규제 강화 법안 때문에 기업은 숨 죽이고 경제는 얼어붙고 있다.
의원입법의 증가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언론 등에서 법안 발의건수로 의원의 활동을 평가한다는 이유로, 혹은 규제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에 무분별하게 규제 법안이 양산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국회에서 지나치게 많은 법안을 쏟아내면서 ‘입법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규제 품질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의원입법의 형태로 도입되는 규제들이 우리나라 규제의 전반적 품질 저하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민생을 챙긴다고 할 때마다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규제요,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주기 위한 보호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 입법과정에도 행정부처럼 규제 품질의 사전 점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정부입법의 경우 규제 신설·강화 내용이 포함될 경우 규제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입법예고·규제개혁심사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에 반해 의원입법은 이러한 절차가 전무하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중요 규제를 포함하는 의원입법을 발의할 때 전문 조사·연구기관에서 작성한 규제영향분석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였다.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법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규제심사제도의 미비로 인한 과잉 불량규제의 도입은 국민 생활과 경제의 피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기에 따른 적절한 처방이 필요한 것처럼, 더 이상의 졸속입법을 막고 의원입법이 규제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사회적 비판을 해소하기 위해 본 법안은 꼭 통과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법률안 제출권을 의회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규제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지만, 입법 남발을 막기 위해 자체 심의가 매우 엄정하고 다중적이라고 한다.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분석을 입법권에 대한 침해로 여기는 대한민국 국회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입법은 입법부인 국회가 생산하는 생산물이자 국민에 대한 봉사다. 일부에서는 의원입법 규제영향분석을 두고 과도한 입법권 침해가 아니냐며 규제영향분석 시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의원입법의 품질을 관리하는 것은 생산자인 국회가 담당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다. 결코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제약하는 견제장치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무분별한 규제로 기업 활동을 옥죄면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힘쓰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회가 책임감을 가지고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위해 뜻을 모아야 할 문제다.
이제 입법 생산자인 국회가 법률의 ‘품질관리자’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국회의 규제 법안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그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원입법의 규제영향평가는 법률안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으로 입법 남용을 막고 국민 경제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가을 바람과 함께 20대 국회에도 규제 한파를 녹여줄 훈풍이 불어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