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계 라이벌 기업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국내 주류 시장의 침체 속에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사업부 부진이 계속됐고, 고속성장하던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문는 순하리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주춤한 모습이다.
두 회사는 증시에 상장된 양대 주류기업이다. 1933년 조선맥주주식회사에 뿌리를 가진 하이트진로는 국내 주류산업의 전통적인 강자인 반면, 롯데칠성은 2009년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롯데주류BG를 세우고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롯데칠성은 이재혁 사장이, 하이트진로는 김인규 사장이 2011년부터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수개월째 동반 부진을 보이는 중이다. 2월만 해도 3만1000원선이었던 하이트진로는 현재 2만2000원 선으로 반년 동안 약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롯데칠성은 작년부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8월 말 228만5000원이었던 주가는 현재 153만1000원으로 1년 새 33% 하락했다.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부진한 배경은 맥주 부문의 실적부진이다. 하이트진로는 올 상반기 매출 9098억 원, 영업이익 548억 원으로 작년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지만, 부문별로 뜯어보면 올 상반기 맥주 사업부 영업손실은 252억 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한때 전체 매출에서 맥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최근에는 40%대 초반에 그친다. 그만큼 맥주 부문 위상이 많이 약해졌다. 주력사업이었던 맥주부문 부진은 회사 전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실적부진은 수입맥주 인기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수입맥주 점유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수입맥주 시장점유율은 금액 기준 15% 수준으로 전년 대비 2%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들어 대형마트와 편의점 내 수입맥주 매출 비중은 이미 40%를 넘어선 상태다. 해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맥주 성수기’ 여름철에도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웃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수입맥주의 영향도 있지만 하이트맥주의 점유율 하락은 맥주가격 인상이 예상되면서 도매상들이 오비맥주 물량 확보에 나선 데 따른 영향이 컸다”며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면 점유율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가 맥주사업 부진에 고생하고 있다면 롯데칠성은 소주사업이 속을 썩이고 있다. 과일소주 ‘순하리’ 열풍이 시들해지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한 것. 롯데칠성의 주류(롯데주류) 사업부문 올 반기 영업이익은 20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롯데주류는 작년 말 처음처럼 가격을 6.4% 인상했음에도 수익성 하락을 막지 못한 것이다.
새로 출시한 탄산소주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롯데칠성 주류부문의 탄산소주 판매량은 순하리 매출 감소를 대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여기에 최근 검찰 조사와 부회장 자살 사건 등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