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중국에서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판매 성장에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포드는 후발 주자인데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까지 더해져 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포드의 대표적인 판매 부진 사례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쿠가(Kuga)를 지목했다. 한때 포드의 중국 베스트셀러였던 쿠가는 판매 속도가 대폭 줄어들면서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2013년 포드가 중국에 쿠가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중국 소비자들은 출고 일자를 당기려고 웃돈까지 지불할 정도였지만 올해 상반기 쿠가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포드 측은 20% 할인정책을 내놨으나 판매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빠른 감소세를 보이는 쿠가의 판매가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업계가 직면한 시장 경쟁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가에 비슷한 기술과 성능을 제공하는 중국 본토 업체가 부상하면서 해외업체의 순익 마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실제로 올 들어 7월까지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SUV는 중국 본토업체인 장성자동차의 하발H6였다. 이 차량의 출시가격은 1만4000달러(약 1574만원)가 채 안된다. 반면 카어드바이스에 따르면 쿠가(2015년형) 수동형 가격은 2만8990달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드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4년 전 2015년까지 생산시설을 두 배로 늘리는 50억 달러짜리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밝혔다. 포드는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지만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포드는 디자인과 연비 등 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한 쿠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신차 판매는 지난 2000년 200만대에서 지난해 2400만대를 웃도는 등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심화로 중국 시장 성장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올해 초 일본 도요타는 2년 전 세운 ‘2025년 200만대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여부가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이달 폭스바겐 중국 법인도 하반기 판매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특히 올해 소형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 기간이 만료되는 것도 판매에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펭 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글로벌 전략 컨설팅팀 소속 파트너는 “중국 소비자들이 서구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