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초만해도 배럴당 평균 10.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제마진이 4달러 중반으로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져 정유사들의 하반기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가솔린 등 상반기 정제마진 상승을 이끌었던 제품들의 여름철 수요가 부진했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정제마진이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알래스카의 여름이 끝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추운 알래스카 지방에서 여름에 잠깐 나타나는 따뜻한 날씨를 지칭하는 이 말은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작년 5월 언급하면서 지금까지도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바닥까지 내려간 정제마진이 글로벌 정제설비 정비보수가 확대되는 9~10월에는 계절적 수요의 증가와 맞물리며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정제마진 수준에서 일반적인 정유사는 이익 창출이 불가능한만큼 역내 한계 정유사들의 가동률 하락에 정제마진의 반등을 점치는 전문가도 있다.
한편 정유업계는 정제마진의 하락에 영업실적의 적자전환을 경계하면서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와 생산성 향상, 원유수입선 다변화, 비정유부문의 비중 확대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사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은 호황을 지속하고 있어 정제마진 하락 부담을 일정 부문 상쇄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수요가 약세지만 설비 트러블 증가로 타이트한 수급 상태가 지속되고, 일부 공급량 증가가 예상되나 계절적 수요 증가로 흡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윤활기유 부문은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윤활기유 부문은 정유업계의 알짜 수익원으로 손꼽힌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20%에 육박하는 등 기여하는 바가 크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과 환율 하락, 국제유가 변동으로 하반기 이익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비정유 부문의 선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