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계의 ‘뉴 키즈’ 몇몇은 잘나가고 있다. ‘…하는 몇 가지 방법’ 같은 리스티클(listicle)이나 인터랙티브 퀴즈 형태의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성공한 버즈피드(Buzzfeed). 지난해 2월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파검(파란색 + 검은색)’ ‘흰금(흰색+ 금색)’ 드레스 바이럴이 버즈피드의 작품이다.
쿼츠(Quartz)도 ‘SYBAW(Smart, Young and Bored At Work)’, 즉 영리하고 젊지만 직장에서는 지루해하는 사람들을 타깃 삼아 고품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로 잘나가고 있다. 시각적인 면을 중시한다.
세련된 스타일, 균형 잡힌 삶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 여성을 공략하는 리파이너리29(Refinery29). 2004년 출범한 이래 빠르게 성장해 현재 월 2700만 명의 순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복스 미디어(Vox Media)나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 등도 잘나가는 미디어 스타트업, 뉴미디어군으로 분류돼 회자된다.
전통 미디어들은 그럼 뭘 하고 있는가.
뉴욕타임스(NYT)나 가디언 등은 자체적인 혁신 몸부림 중이다. 진통이 없을 수 없다. 재력을 뽐내는 전통 미디어들은 오히려 다른 방법을 쓰고 있다. 투자를 통해 지분을 갖는 ‘혈맹’을 맺는 것이다. 디즈니, NBC유니버설, 터너, 허스트 등은 하나같이 잘나가는 뉴미디어에 부지런히 투자하고 있다. 혁신을 쇼핑하고 있는 셈.
리파이너리29는 최근 CNN과 카툰네트워크 등을 거느리고 있는 터너로부터 45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에서 따진 1주당 가격으로 추산하면 몸값은 5억 달러. 2015년 9월 기준 CB인사이츠가 2억9000만 달러로 추정했던 것에서 거의 배로 불었다. NBC유니버설은 버즈피드와 복스 미디어에 2억 달러씩 투자했다. 바이스미디어의 ‘뒤를 봐주는’ 전략적 파트너는 디즈니다.
거물들의 투자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뉴미디어 역시 오래 지속 가능한 곳으로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 아닐 수도 있고. 오히려 협력을 통해 혁신의 DNA를 더 견고하게 키운 뒤 흡수되는 것이 더 큰 존재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유연한 생태계 확장은 이론적으론 완벽해 보인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아직은 물음표다. 공채 위주, 편집국 위주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안 바뀐다면 비싼 돈 주고 혁신을 사도 부작용만 일으키기 십상이다. 내부에서조차 조각배 하나 띄워 혁신을 시도해 봤다가 잘 안 되면 구조해주지도 않는 게 현실 아닌가. 기존 미디어가 혁신을 수혈받기 위한 전제조건은 두둑한 주머니가 아니라 체질 개선이다. 몸부터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