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업역량 확보 및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IT분야는 물론 광고회사 가전업체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고 기업사냥에 나서며 순수 개발에 무게를 실어주던 과거와 달리 필요한 기술만 대상으로 하는 ‘족집게 M&A’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와 캐나다 스타트업 광고 업체 애드기어 인수에 이어 올해 3번째로 북미 가전 업체 데이코를 인수했다. 여기에 30억 달러(약 3조2400억 원) 규모의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자동차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 인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기업쇼핑 대상 업종은 IoT와 클라우드 서비스ㆍ프린팅 솔루션ㆍ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와 모바일결제 등 금융 분야, 자동차, B2B 가전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업종은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묶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삼성그룹의 사업군인 전자ㆍ금융ㆍ건설 및 중공업ㆍ바이오 등과도 연결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지난 11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미국의 대표적인 주방가전기업 데이코는 국내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해오던 B2B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빌트인 가전은 부동산ㆍ건설업체와의 네트워크가 사업 진입의 성공 요소가 되기 때문에 신규업체가 진입하기에 문턱이 높았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인수로 북미 및 유럽 업체들의 전유물이던 빌트인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모바일 사업의 경우 지속적인 M&A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회사가 보유한 순수 기술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약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한 루프페이는 핀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업체로 가장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 꼽힌다. 루프페이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능인 ‘마그네틱 보안 전송’ 덕분에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에 삼성페이 기능을 탑재할 수 있었다.
2014년 삼성이 인수한 IoT 업체 스마트싱스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 스마트싱스의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IT 제품이 연결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 인수한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는 2년 전부터 공을 들인 작품으로 향후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기반 사업포트폴리오 형성에 근간이 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미국에서 진행된 갤럭시노트7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조이언트 인수는 향후 7년 후까지를 바라보고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제품과 하드웨어 제품을 거미줄 같은 에코 시스템을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작업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무선사업부뿐 아니라 삼성전자 전체를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5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의) 내재화된 기술로 극복하는 것이 더 빠른 분야도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의 경우 다르다”며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또 기술을 내재화하는 것보다 M&A가 더 빠르고 경제적이라면 향후에도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