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는 최근 국내 연기금, 공제회, 생명보험사 등 다수의 기관에 아시아펀드 투자제안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KKR의 이번 아시아펀드 모집 목표 규모는 80억 달러(8조8000억 원)지만 업계에서는 최대 100억 달러(11조 원)를 유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홍콩계 PEF인 RRJ캐피털이 아시아에서 모은 금액 45억 달러(5조 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블라인드 펀드란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먼저 모은 후 투자처를 찾는 방식의 펀드다.
KKR가 대형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이 회사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질 전망이다. 올해 5월 방한한 조지 로버츠 KKR 회장은 당시 “한국 대기업 비핵심 계열사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KKR가 이번에 조성하는 아시아펀드가 국내에 적극 투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티켓몬스터를 사들인 KKR는 이랜드 킴스클럽의 인수를 앞두고 있다.
KKR는 국내에서 오비맥주로 대박을 터뜨린 경험도 있다. 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은 2009년 국내 2위 맥주업체였던 오비맥주를 18억 달러(1조9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5년 뒤 58억 달러(6조4000억 원)에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국내 PEF 고위 관계자는 “그간 조지프 배 KKR 아시아총괄대표가 국내 시장을 총괄했지만 최근 한국 대표를 새로 내정하는 등 한국 시장 보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KKR의 아시아펀드에는 국내 기관 다수가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기금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이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세계 최대 PEF 운용사인 KKR의 투자 제안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다수의 기관이 KKR 아시아펀드에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76년 설립된 KKR가 일 년에 운영하는 자산 규모는 1200억 달러(132조 원)로, 우리나라 올해 국가예산의 34% 수준에 달한다. KKR는 최근 5년 동안 291억 달러(32조 원)의 자금을 모았다. 이는 칼라일(319억 달러), TPG(303억 달러)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한편 KKR와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하는 MBK파트너스도 올해 4분기(10~12월) 중 4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설 전망이다. 모집 예상 규모는 30억 달러(3조3000억 원) 안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