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기업 사냥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총액이 1225억7240만 달러(약 135조 원)로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 전체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고 1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기업의 상반기 해외 M&A는 전년 동기의 2.1배에 달했다. 글로벌 M&A 시장에서의 비중도 20.7%로, 독일(18%)과 미국(12%)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올해 전체로는 2000억 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과거 자원·에너지와 제조업 분야에 인수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최근에는 첨단기술과 의료, 소매로 분야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쑤닝그룹이 지난 6월 이탈리아 명문 프로 축구팀 인터밀란을 인수하고 AC밀란도 최근 중국 컨소시엄과 매각 예비계약을 체결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공세가 거세다.
중국 기업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가전 등 많은 분야에서 자국 시장의 성장둔화가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가 어려워지자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 파워를 확보해 판로를 넓히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화공집단공사(켐차이나)가 지난 2월 스위스 종자·농약업체 신젠타를 46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중국 M&A 돌풍을 이끌었다. 알리바바그룹과 더불어 중국 양대 IT업체인 텐센트홀딩스는 지난 6월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핀란드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을 86억 달러에 사들였다.
7월 이후에도 중국 기업의 해외 M&A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 회장의 푸싱그룹은 인도 제약업체 글랜드파머를 12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망업체 러스(LeEco)는 20억 달러에 미국 TV 생산업체 비지오를 손에 넣었다.
중국 기업들의 표적이 된 미국과 독일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 산하 톈진톈하이투자그룹이 발표한 63억 달러 규모의 자국 IT 유통업체 잉그램마이크로 인수 계획 등 여러 안건에 대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가전 대기업 메이디그룹이 독일 최대 산업용 로봇 업체 쿠카(Kuka)를 주식공개매수(TOB) 형태로 인수하자 현지 정계와 산업계에서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그루먼이 쿠카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CFIUS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마무리가 된 하이얼그룹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인수 금액은 56억 달러로, GE가 당초 예정한 매각 규모 23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등 중국 기업이 지나친 M&A 의욕으로 고가에 베팅하고 있어 인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