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그동안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년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조환익 사장까지 나서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전기료와 요금체계의 결정권은 정부가 갖고 있어 실행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던 것이다.
11일 한전에 따르면 홈페이지에는 전기요금제도에 관한 안내 글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서 한전은 “최근 전열기 등 가전기기 보급 확대와 대형화에 따라 가구당 전력 사용량이 증가해 사용량이 많은 고객은 전기요금 부담이 클 것” 이라며 “저소득층 보호 취지, 전력수급 상황, 국민 여론, 최근의 전력소비 추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누진제 완화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수년 전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누진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3월 한 방송에 출연해 “누진제에 따른 전기요금 차이가 과도하게 큰 것은 사실”이라며 “누진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누진제 완화가 이른바 ‘부자감세’나 사회적 형평성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당장 급하게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전제를 달았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누진세를 완화할 의사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전력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서민층의 전기료 부담 가중, 부유층 전기료 감세 논란, 에너지 절약 등의 이유를 들어 일관되게 ‘누진제 개편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전기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한전은 여론의 질타를 한몸에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장까지 누진세 완화 의지를 밝혔지만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별다른 방도가 없어서다.
그러나 좀처럼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데다 정치권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날 “조만간 전기요금과 관련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불가론’을 고수하던 산업부도 결국 개편작업에 착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여름처럼 4단계에도 3단계와 같은 요금을 적용하는 여름철 한시적 완화 방안과 장기적으로 현행 6단계 누진체계도 바꾸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