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내력벽 철거 백지화...1기 신도시ㆍ관련업계 '패닉'

입력 2016-08-1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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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1기신도시 등 아파트 노후화에 대응하고자 허용했던‘가구 간 내력벽철거’ 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이다. 사진은 국내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이뤄진 마포구 현석동 118번지 강변북로 변의 쌍용예가 아파트 전경(사진=이투데이DB)
▲국토교통부가 1기신도시 등 아파트 노후화에 대응하고자 허용했던‘가구 간 내력벽철거’ 방안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 논란이 일고 이다. 사진은 국내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이뤄진 마포구 현석동 118번지 강변북로 변의 쌍용예가 아파트 전경(사진=이투데이DB)
정부가 허용하기로 했던 ‘가구 간 내력벽철거’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 돼 이를 추진 중이던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리모델링 허용 8개월 만에 불허로 방향을 튼 국토부는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정책을 내놨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주택법 시행령 전면 개정안에서 주택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가구간 내력벽을 철거하는 리모델링은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 안정성 문제를 거친 뒤 오는 2019년 3월부터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내력벽은 지붕이나 위층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힘을 전달하는 구조물로 가구 간 내력벽은 말 그대로 가구 간 경계를 이루는 벽이다. 건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공·해체·이동이 엄격히 통제된다.

앞서 국토부는 2014년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이후 내력벽 철거도 허용해야한다는 업계와 사업추진단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를 허용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사업성을 위해서는 아파트 설계를 다양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구조를 변경하는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결국 올해 1월 내력벽 일부 철거 허용이 담긴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내력벽을 철거할 경우 어느 수준까지 철거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기준인 '안전진단기준안'도 지난 4월 마련했다. 그러나 내력벽을 철거하면 말뚝기초에 하중이 가중돼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에 결국 재검토로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서는 가구간 내력벽 철거는 보강공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과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왔다.

가구간 내력벽 철거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정부의 철거 허용을 믿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해온 단지들은 비상이 걸렸다. 준공 15년 이상으로 리모델링이 가능한 전국 아파트는 500만 가구를 넘어서고 이 중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아파트는 지난 6월 기준 모두 3만 가구에 달한다. 단지수로는 47개 단지다. 1990년대 초 아파트가 지어진 분당·일산·평촌 등 1기 신도시가 많고, 서울에서는 강남 대치2단지, 대청, 가락 성지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각 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장들은 재건축 외에 주거환경이 개선될 유일한 방안이었던 만큼 앞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충분한 보강작업이 전제가 되는데도 벽을 철거하는 부분에만 초첨을 맞춰 안전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의 한 조합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사를 가지 않고도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많았는데 이번 결과에 실망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리모델링협회는 오는 11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국토부는 주거환경 개선도 중요하고 리모델링 역시 기술적인 부분에서 충분히 가능하지만 안전이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철거를 허용하고, 입법예고에 안전진단 기준안까지 마련해놓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만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성급하게 정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애초부터 안전점검이 너무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편의시설만 개선하는 리모델링은 사업성이 떨어지는데 누가 나서서 추진하려고 할 지 모르겠다"며 "내력벽철거가 안전성과 연결돼 있다는 걸 알면서 성급하게 허용해놓고 뒤늦게 철회한 것이든 모르고 허용부터 한 것이든 혼란을 부추긴 건 마찬가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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