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재계는 이명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을 이끌어 온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에 손을 들어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11년 이뤄진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작업에 이어 지분 맞교환까지 이뤄지면서 ‘정용진-이마트, 정유경-신세계’로 경영권 승계 구도가 굳혀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 분리 19년, 자산 1.7조→29조 껑충 = 신세계그룹은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된 그룹이다. 1991년부터 삼성그룹 내에서 별도 경영을 시작했으며,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 계열분리됐다. 계열분리 당시 신세계는 총 11개의 계열회사를 갖고 있었다. 그때 그룹의 자산총액은 1조7590억 원이었다. 19년이 지난 2016년 현재 신세계그룹은 33개의 국내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며, 자산총액은 29조1650억 원으로 불어났다. 재계 순위 역시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이 자연인인 그룹을 기준으로 할 때 15위에서 11위로 상승했다.
신세계그룹의 주요 사업부문은 △신세계·이마트 등의 유통업 △신세계푸드 등의 식음료업 △ 신세계건설 등의 유통지원업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사업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신세계, 이마트, 광주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푸드 등 7개사가 상장돼 있다.
2011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법인 분리가 이뤄져 현재 신세계는 센트럴시티(이하 지분율, 60.0%), 광주신세계(10.4%), 신세계인터내셔날(45.8%), 인천신세계(90.0%), 신세계동대구복합환승센터(61.0%) 등 백화점과 패션 관련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이마트는 신세계티비쇼핑(47.8%), 신세계건설(32.4%), 신세계푸드(46.1%), 신세계조선호텔(98.8%), 스타벅스커피코리아(50.0%), 에브리데이리테일(99.3%), 신세계영랑호리조트(100.0%) 등의 유통과 식음료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처럼 순환출자 없이 지분 구조가 단순하고,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이마트 지분(각각 18.2%)만 물려받으면 경영 승계는 완료된다.
◇흔들리는 정용진 1인 체제? = 신세계그룹이 급성장한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역할은 지대했다. 정 부회장은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이후 최근 10여 년간 이명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경영했다. 2006년 당시 신세계그룹 자산총액이 7조 원을 간신히 웃돌았음을 고려하면 정 부회장은 10년 새 그룹의 덩치를 4배 이상 키운 셈이다.
이에 재계는 신세계그룹의 향후 후계자로 정 부회장이 사실상 낙점된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그룹의 핵심 지배 회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각각 7.3%씩 보유해 2.5%씩 보유한 정유경 총괄사장에 크게 앞서 있다는 점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실었다.
지난 4월 이러한 관측을 뒤엎는 사건이 벌어졌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바꾼 것이다. 정 부회장은 시간외매매를 통해 갖고 있던 신세계 지분 7.3%를 정 총괄사장의 이마트 지분 2.5%와 교환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이마트 지분(9.8%)만,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지분(9.8%)만 보유하게 됐다.
2011년 이뤄진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할, 작년 말 이뤄진 이마트와 신세계 부문의 조직개편, 정 총괄사장의 승진 등도 이번 지분 교환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정 부회장-이마트, 정 총괄사장-신세계’의 분리 경영에 방점을 찍는 행보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간 유력시됐던 정 부회장의 통합 경영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승계 최종 시나리오는 안갯속 = 남매간 이뤄진 지분 맞교환은 각자 분야에서의 독립 경영을 넘어 향후 계열 분리 가능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과거 국내 재벌가에서 형제간 공동경영은 분쟁이 많았고, 신세계그룹 역시 삼성가에서 계열분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신세계그룹은 지분 교환이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신세계그룹 경영 승계의 핵심은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이마트 지분이다. 현재 정용진·유경 남매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단독 보유하고 있으나, 이 회장의 지분 향방에 따라 경영권 향배는 달라진다. 다만 이 회장의 지분을 증여·수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천억 원 규모의 세금 문제 등으로 지배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다.
이에 대두되는 것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이다. 신세계와 이마트를 각각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누고서 2개 지주부문을 합병해 새로운 지주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정 부회장·총괄사장은 지주 부문과 사업 부문의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고, 이후 사업부문 주식을 지주부문 주식과 교환하면 지주부문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정 부회장 남매→지주사→신세계·이마트’의 지배구조가 구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