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 결단부터 내려야

입력 2016-08-02 10:40 수정 2016-08-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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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금융시장부 기자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실패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이 아니다. 이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 회장은 제수(弟嫂)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2006년 한진해운을 맡은 뒤 어려움에 빠지자 지난 2014년부터 대신 맡아 정상화 작업에 힘써왔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을 통해 유상증자(4448억 원), 대여금(2500억 원), 영구채(2200억 원) 매입 등 1조원 가까이 지원했다. 조 회장 개인적으로는 한진해운이 정상화될 때까지 연봉을 받지 않겠다는 ‘백의종군’ 선언도 했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자리까지 내려놨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해운업 구조조정에 있어 한진해운에 여유를 준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한진그룹 측에서 대한항공의 ABS 발행에 부담이 되니 한진해운에 대한 그룹 지원 답변은 나중에 하겠다고 부탁하자 채권단은 이를 받아줬다. 사재출연을 밀어붙이지 않거나, 신규자금 지원은 원칙적으로 없지만 100억~200억 원이 모자라다면 단칼에 자르지 않겠다는 등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나름의 배려가 있어왔다.

조 회장은 최근 채권단에 그룹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자금은 4000억 원이라며, 채권단의 신규지원과 함께 경영권을 요구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한항공이 인수한 한진해운 영구채 2200억 원에 대해 출자전환은 가능하지만 감자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지원할 때 타당한 명분이 없으면 주주에 대한 ‘배임’ 비판을 면치 못하니 경영권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채권단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돈을 달라는 것도 모자라 회사 경영권을 챙기겠다는 조 회장의 요구를 못마땅해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조 회장 의견에 귀를 기울여줬다.

채권단이 이렇게 나온 데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아줬다’는 정서적인 공감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의 “두 해운사 가운데 하나는 무조건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 의지였고, 첫 타자로 나선 현대상선에 대한 압박이 더 셀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채권단은 충분히 한진그룹에 시간을 줬다. 모기업인 대한항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배려를 해줬다. 이제 조 회장이 채권단에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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