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채권단은 해운업 구조조정에 있어 한진해운에 여유를 준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한진그룹 측에서 대한항공의 ABS 발행에 부담이 되니 한진해운에 대한 그룹 지원 답변은 나중에 하겠다고 부탁하자 채권단은 이를 받아줬다. 사재출연을 밀어붙이지 않거나, 신규자금 지원은 원칙적으로 없지만 100억~200억 원이 모자라다면 단칼에 자르지 않겠다는 등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나름의 배려가 있어왔다.
조 회장은 최근 채권단에 그룹 차원에서 지원 가능한 자금은 4000억 원이라며, 채권단의 신규지원과 함께 경영권을 요구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한항공이 인수한 한진해운 영구채 2200억 원에 대해 출자전환은 가능하지만 감자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이 지원할 때 타당한 명분이 없으면 주주에 대한 ‘배임’ 비판을 면치 못하니 경영권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채권단 내부에서 ‘구조조정에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돈을 달라는 것도 모자라 회사 경영권을 챙기겠다는 조 회장의 요구를 못마땅해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조 회장 의견에 귀를 기울여줬다.
채권단이 이렇게 나온 데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아줬다’는 정서적인 공감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의 “두 해운사 가운데 하나는 무조건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 의지였고, 첫 타자로 나선 현대상선에 대한 압박이 더 셀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채권단은 충분히 한진그룹에 시간을 줬다. 모기업인 대한항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배려를 해줬다. 이제 조 회장이 채권단에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