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ㆍ기아차의 수출 물량 감소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일감 수혜 계열사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재원 마련에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운송 물량 감소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직결돼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일 자동차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4월 29일 18만9500원을 기록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16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석 달 새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현대ㆍ기아차가 신흥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현대ㆍ기아차 수출물량은 지난해 2분기보다 18% 감소해 현대글로비스의 완성차해상운송(PCC) 부문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현대글로비스는 2분기 PCC 부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0억 원이 줄어든 3231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액 역시 319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70억 원이나 감소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러시아에서는 9만7000대, 브라질에서는 7만4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13.6% 감소한 수치다. 러시아 공장과 브라질 공장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21.9%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러시아·중동 등 신흥시장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이 수출 선적 물량 축소로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78만8561대를 생산, 판매했다.
하반기에도 신흥국들의 경기 부진과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인해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현대ㆍ기아차 내부에서는 하반기 러시아(-14.8%), 브라질(-19.9%) 등 주요 신흥국들의 자동차 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들어 늘어난 현대ㆍ기아차의 배선권 확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ㆍ기아차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해상으로 수출하는 물량의 최소 60%를 물류업체인 유코카캐리어스가 담당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현대ㆍ기아차와의 운송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일감 보증 의무가 풀린 현대차그룹의 물량이 현대글로비스로 대폭 이전됐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배선권이 확대됐지만 현대ㆍ기아차 수출 감소로 그 효과가 퇴색되고 있다”며 “하반기 모기업 수출물량이 살아나야 현대글로비스 마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