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장이 바뀐지 7개월만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과감하게 철수하고 단순화하는 한편 SPA(생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와 편집숍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브랜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와함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14일 박철규 부사장 주재로 팀장급 이상 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사업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는 철통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사업점검회의는 사업 구조개편과 관련한 사항을 논의하는 회의로 지난 2012년 시작돼 부정기적으로 이어져왔다.
삼성물산은 우선 패션사업을 개편키로 하고, 엠비오와 여성 잡화브랜드 라베노바 철수를 결정했다. 두 브랜드 제품은 내년 2월까지만 판매된다. 엠비오는 1995년 출시된 남성 캐주얼정장 브랜드다.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중저가 남성복을 선보여왔다. 작년 7월 출시된 라베노바는 이탈리아의 도시 라벤나의 건축양식을 응용한 여성용 가방 등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최근 시장상황이 안좋은데다 엠비오와 라베노바의 실적이 부진해 철수하기로 했다”며 “경영 내실과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시적으로 체질혁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번 사업재편 역시 같은 취지에서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사업을 개편하는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해 브랜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고객층과 이미지가 겹치는 브랜드를 정리하고 수익성 좋은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남성복 부문은 로가디스 컬렉션과 로가디스 그린 등을 없애고 프리미엄 정장 브랜드인 갤럭시와 중저가 정장 로가디스 스트리트만 유지한다. 빈폴은 키즈 라인을 없애고 주력 브랜드인 빈폴맨으로 통합한다.
브랜드 재편과 더불어 삼성물산 패션이 집중할 사업은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이다. 에잇세컨즈는 중국을 제 2의 내수시장으로 개척한다는 방침 아래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다. 주로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운영해왔던 비이커와 텐꼬르소꼬모도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을 늘리기로 했다.
이서현 사장은 이번 사업점검회의를 통해 지난해 12월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으로 업무가 변경돼 패션부문장에 취임한 지 7개월여만에 본격적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한 수익개선 경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