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유지해온 은행권의 틀을 깨는 것도 화제이지만, 영업점 없이 운영되는 ‘인터넷 전문은행’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금융권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인터파크, SK텔레콤 등이 참여한 아이(I)뱅크를 제외하고, 카카오뱅크, 케이(K)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줬다.
카카오뱅크에는 다음카카오(10%), KB국민은행(10%), 한국투자금융지주(50%)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KT(8%)와 우리은행(10%), 현대증권(30%) 등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 전문은행의 연착륙을 위해 ICT 기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바라고 있다. 은산 분리의 대원칙을 깨트리면서까지 ICT 기업이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내용이 은행법 개정 추진이다. 현행법에서 최대 10%(의결권 4%, 비의결권 6%)로 정한 비금융 회사의 은행 소유 지분을 50%까지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ICT 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력 사업자가 되면 첨단 정보기술(IT)과 금융이 만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서비스 경쟁을 유발하는 자극제가 돼 결국 소비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다.
그러나 금융위의 기대와 달리 인터넷 전문은행의 고유한 색깔이 희석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도 더는 내세울 수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근간인 핀테크 기술은 이미 많은 은행이 상업화했다. 신한은행 써니뱅크, KB국민은행 리브, KEB하나은행 원큐뱅크, 우리은행 위비뱅크, IBK기업은행 아이원뱅크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원천 기술이 새로울 게 없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금리 대출은 금융위가 나서 시중은행과 경쟁을 붙이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중금리 대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4~7등급의 중신용자에 6~10%의 중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3등급 이상 고신용자는 5% 미만 저금리를, 중·저신용자는 20%대 고금리를 부담하는 ‘금리단층’ 현상을 해소하는 취지에서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의욕이 너무 앞선 탓일까. 금융위는 최근 사잇돌 공급 정책을 통해 9개 은행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도록 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모바일을 통해서도 사잇돌 대출을 시행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내세운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음 달 케이뱅크, 오는 11월에 카카오뱅크에 대한 본인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킬러 콘텐츠는커녕 당장 기존 은행들과 겨룰 마땅한 무기조차 없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어항의 메기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대로 가다간 좁은 공간에 그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더 늘어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