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GO’ 열풍이 뜨겁다. 일본 게임기 및 게임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닌텐도가 만든 이 모바일용 위치 기반 게임은 출시된 지 불과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 콘솔 게임만 고집하다 날개 없이 추락하던 닌텐도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AR이 결합된 포켓몬 GO는 닌텐도의 지분법 적용회사인 포켓몬과 구글에서 분사한 AR 게임 개발업체 나이언틱이 제작,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게임은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를 활용, 지도에 나타난 장소를 실제로 찾아가면 화면에 수집 가능한 포켓몬이 나타나 이를 ‘몬스터볼’로 포획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와 교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물가에선 해마를 닮은 포켓몬 ‘쏘드라’, 마트의 건전지 코너 근처에선 전기를 일으키는 포켓몬 ‘피카츄’를 잡을 수 있다.
이는 게임 마니아 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열광시키고 있다. 닌텐도의 주가는 포켓몬 GO가 출시된 지 이틀만에 36% 폭등했고, 시가총액은 약 75억 달러가 늘었다. 모바일 게임 시대에도 불구하고 거치형 콘솔게임 ‘위 U’와 ‘3DS’를 고집했던 닌텐도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본격 참여했단 사실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만화 영화 ‘포켓 몬스터’를 기반으로 한 포켓몬 GO의 대중성에 주목하고 있다. 포켓 몬스터는 1996년 2월 닌텐도의 게임보이 소프트웨어로 탄생, 약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학생은 현재 35세의 어른이 됐고, 현재 40~60세 사이의 그 부모 세대 역시 자녀와 함께 TV나 영화를 통해 포켓몬과 친숙해진 만큼 포켓몬 GO는 매우 폭넓은 세대에 걸쳐 인지도가 높다는 평가다. 이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퍼즐 앤 드래곤’, 믹시의 ‘몬스터 스트라이크’로 이미 위치 기반 게임에 익숙한 게임 마니아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다만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약하다. 모바일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래 출시된 건 ‘Miitomo(미토모)’가 유일하다. ‘슈퍼 마리오’나 ‘젤다’와 같은 친숙한 캐릭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는 진입 장벽이 낮아 한탕주의가 난무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닌텐도의 성공이 쉽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포켓몬 GO의 성공은 친숙한 캐릭터와 혁신적인 게임의 조합이 승리의 방정식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 달 중국 인터넷 거인 텐센트가 인수한 ‘클래시 오브 클랜’ 제작사 슈퍼셀은 출시한 게임 타이틀이 불과 4개 뿐인데도 작년에 23억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WSJ는 닌텐도 역시 그동안 만들어낸 수많은 시리즈와 캐릭터들을 현실로 이끌어낸다면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닌텐도는 이번 포켓몬 GO의 여세를 몰아 올가을 인기 게임의 모바일 버전 2개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