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개, 돼지들을 뭐 하러 신경 쓰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영화 속의 대사뿐만 아니었다. 국내 교육 정책 기획을 담당하는 엘리트 공무원인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도 비슷한 말을 내뱉어 구설수에 올랐다.
1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자사 기자 2명과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교육부 대변인과 대외협력실 과장도 동석했다.
이날 식사자리는 나 기획관과 경향신문 기자들이 처음 만나는 상견례였다. 나 기획관은 역사교과서와 공무원 정책실명제 등 현안에 대해 토론을 나누던 중 갑작이 ‘신분제’ 얘기를 꺼냈다.
그는 “민중은 개ㆍ돼지와 같다.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며 “민중을 개ㆍ돼지로 보고 먹게 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모두다 농담으로 생각했던 이 발언이었지만, 나 기획관은 이어 본인의 생각을 술술 말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99%가 민중에 해당된다”며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된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신분제를 공고화 시켜야 된다는게 무슨 뜻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고 생각을 말했다.
자녀도 비정규직이 돼서 99%처럼 살수 있다는 말에는 “출발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뒤따라온 교육부 대변인과 과장이 “해명이라도 들어보라”고 만류해 다시 자리에 돌아갔다. 하지만 나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 것도 있고. 내 생각은 미국은 신분사회가 이렇게 돼 있는데, 이런 사회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이런 얘길 한 것이다. ‘네 애가 구의역 사고당한 애처럼 그렇게 될지 모르는데’ 하셨는데, 나도 그런 사회 싫다. 그런 사회 싫은데, 그런 애가 안 생기기 위해서라도 상하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고… 상과 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경향신문 편집국으로 찾아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2~3급에 해당되는 고급공무원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 개혁과 같은 교육부의 굵직한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의 정책을 조율하는 자리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의 엘리드 관료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장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회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교육부는 나향욱 정책기획관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한편 “경위를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