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심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만큼 깐깐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위험 역시 3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인식은 금융위기 직후와 맞먹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ㆍ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의 대출 심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2016년 2분기 동향 및 2016년 3분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시중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9를 기록해 2008년 4분기 -23 이후 7년반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오는 3분기 전망치도 2분기와 같은 -19였다.
대출태도지수란 대출취급 및 대출기준 심사 조건변화에 대한 은행권들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상대적 지표로 중립인 0을 기준으로 ±100 지수로 환산된다.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대출태도지수를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이 -19로 2009년 1분기 -22 이후 7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3분기 전망은 더 악화해 -25까지 떨어졌다. 중소기업도 -19로 2008년 4분기 -28 이후 가장 낮았다. 3분기 전망 역시 -19였다.
최낙균 한은 은행분석팀장은 “최근 조선ㆍ해운업 등의 구조조정에 따라 대기업의 대출 부실 우려가 높아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주택대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분기 가계주택 대출태도지수는 -25로 2011년 3분기 -25 이후 4년 9개월만에 최저치였다. 3분기 전망은 -28로 더 떨어졌다. 반면, 신용대출인 가계 일반자금 대출태도는 -6으로 전분기 -9에서 개선됐다. 3분기에도 더 완화돼 0까지 올랐다.
최 팀장은 “주택담보대출이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으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며 ”다만, 가계일반자금은 일부 은행이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대출태도를 완화할 방침을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출자들에 대한 신용위험은 28로 2012년 4분기 30 이후 3년반만에 가장 높았다. 3분기는 33으로 전망되면서 더 악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대기업은 28로 2008년 4분기(28) 이후 7년반만에 가장 높았고, 3분기엔 38까지 치솟았다. 중소기업 34로 2013년 1분기 34 이후 3년3개월만에 최고치였다. 3분기엔 38로 예측했다. 가계 역시 22로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보였지만 당초 전망치 28보단 낮았다. 3분기엔 25로 예측됐다.
최 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으로 기업들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정체된 가운데, 기업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컸다”며 “가계의 경우 가계부채가 누적되고 있는데다, 담보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대출수요에 대한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은 대기업 각각 6, 중소기업 22와 28, 가계주택 -6과 -16, 가계일반 0과 -3으로 각각 집계됐다. 대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양호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완만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가계주택자금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확대 실시 등에 따라 감소를, 가계 일반자금 수요는 가계소비 위축으로 소폭 축소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