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책임회피’ 태도가 더 문제다

입력 2016-07-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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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샛별 금융시장부 기자

“악역을 떠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업 부실과 관련해 국책은행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대답이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행장은 시종일관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는데도 자체 평가서에는 수익성을 증대했다고 언급했다. 잘했다는 취지냐”고 묻자, 이 행장은 “특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수은은 최근 조선사 부실과 관련해서도 집중 포탄을 맞고 있는 산업은행에 비해 비교적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23일 산은과 수은이 나란히 구조조정 강화와 조직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할 때도 두 기관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산은의 경우 해당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동걸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반면, 수은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서 비교적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대우조선의 최대 채권 보유 은행인 수은 역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은은 조선업이 호황이던 시절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사에 선수금환급금(RG)을 굉장히 싼 값에 제공하는 등 영업을 공격적으로 했고, 그 결과 17조 원의 RG를 포함한 25조 원 규모의 조선사 여신을 기록하게 됐다.

수은이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는 성동조선해양 역시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3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돌입한 이후 6년간 성동조선에 투입된 자금만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수은은 10% 이하의 낮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로 정부 출자와 자본확충을 통해 국민혈세를 수혈받는 입장이다.

지금은 최대주주 여부와 과실 비중을 따질 때가 아니다.

조선업 부실과 관련한 잘못을 통렬히 반성하고 진정으로 국민에게 고개 숙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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