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제품의 처방실적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 종근당의 '듀비에',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 등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천연물신약 '스티렌', '조인스' 등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의약품 처방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가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338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렸다. 전년대비 12.3%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산신약 최초로 2년 연속 처방실적 300억원을 돌파했다.
카나브는 가장 치열한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10년 국산신약 15호로 허가받은 카나브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물이다. 카나브 허가 이전에 이미 '코자', '올메텍', '디오반' 등 7개의 ARB계열이 포진했다. 이들 제품의 복합제와 복제약(제네릭)을 포함하면 무려 1000개 이상의 ARB계열 약물이 국내에 판매 중이다.
사실상 모든 국내제약사들이 카나브와 같은 ARB계열 약물을 판매하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카나브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는 셈이다. 카나브는 올해 5월까지 159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 3년 연속 300억원 돌파도 예약했다. 보령제약은 최근 카나브와 다른 고혈압약(암로디핀)을 결합한 '듀카브'를 허가받고 시장 공략을 강화할 태세다.
국산신약 중 종근당의 당뇨치료제 '듀비에'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4년 말 발매된 듀비에는 지난해 94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08.9% 늘었다.
듀비에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치료제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치아졸리딘디온(TZD) 계열로 불리는 듀비에는 지난 2010년 심장병 유발 위험을 이유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아반디아'와 같은 계열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반디아의 임상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아반디아의 심혈관계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사용제한을 해제하면서 듀비에도 부작용 위험성 논란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듀비에는 올해 5월까지 51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려 발매 3년만에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듀비에의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서면 종근당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원 신약을 배출하게 된다.
LG생명과학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는 복합제 '제미메트' 함께 지난해 218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렸다. 2014년보다 94.6% 증가한 수치다.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제미글로는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으로 갖는 약이다. 제미메트는 또 다른 당뇨약 ‘메트포민’과 결합한 복합제다.
특히 제미글로는 올해부터 대웅제약과 공동판매를 진행하면서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5월까지 157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 '카나브'와 국산신약 매출 1위를 다툴 기세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도 지난해 148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리며 '돈 되는 신약' 대열에 합류했다. 놀텍은 지난 2009년 발매 이후 월 평균 매출이 1억~2억원 가량에 그쳤지만 2013년부터 시장 규모가 큰 역류성식도염 치료 효능을 장착한 이후 빠른 속도로 처방실적이 늘고 있다. 놀텍은 지난 5월까지 68억원의 처방실적을 나타내 또 다시 자체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대원제약의 진통제 '펠루비'는 지난해 처방실적이 44억원에 그쳤지만 용량을 늘린 '펠루비서방정'을 내놓은 이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5월까지 30억원어치 처방됐다.
식물 성분으로 만든 천연물신약의 경우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는 모습이다.
동아에스티의 '스티렌'이 지난해 가장 많은 375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29.9% 하락했다. 2013년 674억원에서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쑥을 추출해 만든 스티렌은 지난 2002년 허가 이후 7000억원 이상 처방된 간판 천연물신약이다.
하지만 국내제약사들이 같은 성분의 개량신약(6개)과 제네릭(86개)을 쏟아내면서 급격하게 시장 점유율이 위축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보건당국과 진행한 보험급여 제한 취소 소송에서 보험약가를 자진 인하하기로 합의해 추가 매출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골관절염 치료 천연물신약인 SK케미칼의 '조인스'와 녹십자의 '신바로'도 부진을 나타냈다. 조인스의 지난해 처방실적은 298억원으로 전년대비 15.3% 줄었다. 신바로는 전년대비 10% 증가한 88억원어치 처방됐지만 2011년 발매 당시 녹십자가 신바로를 연 매출 500억원대의 대형 제품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던 것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다. 동아에스티의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도 성장세가 정체를 나타냈다.
천연물신약 중 '시네츄라'와 '레일라'가 두각을 나타냈다.
안국약품의 진해거담제 시네츄라는 출시 4년만에 연 매출 300억원대 제품으로 성장했다. 시네츄라는 안국약품의 종전 주력제품이었던 ‘푸로스판’의 후속제품으로 개발한 천연물신약이다. 안국약품이 푸로스판의 시장을 성공적으로 시네츄라로 대체하면서 간판 제품으로 육성했다. 현재 푸로스판의 판권은 광동제약의 보유 중이다.
한국피엠지제약이 개발한 ‘레일라’는 지난해 처방금액이 1년전보다 43.8% 늘었다. 2012년 발매된 레일라는 당귀, 목과, 방풍 등 한약재로 구성된 천연물신약으로 골관절증 치료 용도로 사용된다. 한국피엠지제약은 바이오업체 바이로메드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개발했다. 특히 지난 2014년 안국약품이 레일라를 같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