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골프를 자칫 ‘반쪽짜리’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신생아에게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소두증에 걸린 신생아는 두뇌 발달 장애를 겪거나 일찍 사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은 더욱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유럽의 톱 랭커들이 대거 불참한다. 세계골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이랜드)가 올림픽에 나가지 않겠다고 이미 선을 그었다. 여기에 조던 스피스(미국)도 안전을 문제삼아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선수를 중심으로 10명이 올림픽 불참을 통보한 상태다. 급기야 여자 선수 리-앤 페이스(남아공)가 30일 처음으로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가족 건강’이 우선이라 했다.
이 때문에 한국선수들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것인데 내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가 나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올 시즌 초 허리 부상으로 고생한 박인비는 엄지손가락 부상이 심각해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어서 불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결혼한 상태여서 박인비는 결혼한 상태여서 ‘아이’ 문제가 걸려 있다. 아직 임신 소식은 없지만 여자로서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은 더욱 지카 바이러스의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의 발생지역으로 골프장에는 모기들의 주 서식지인 대형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대회 코스에는 2개의 인공 워터해저드가 조성돼 있다. 이 호수는 2번 홀과 5번 홀에 접해 있고, 이보다 작은 호수는 10번 홀과 연결돼 있다.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나 경기를 관전하는 갤러리들이 모두 모기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운동선수들에게 올림픽은 출전 자체가 영광이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 ‘가문의 영광’은 물론 국위를 선양하고 영웅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가자니 불안하고, 안 가자니 아쉬워’ 출전 여부를 놓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을 독려하고 있는 뉴질랜드 대표로 나가는 리디아 고(19·캘러웨이)는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같은 사태가 일어난 것은 불행이지만 (브라질 사람들이) 잘 통제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일단 출전여지를 남겨 놓고 있다.
미국의 신세대 기대주 렉시 톰슨(21)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에 가지 않는 것 외에 확실한 대비책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남자선수들은 지카 공포외에 올림픽을 전후로 메이저대회 및 초대형급 대회가 줄줄이 엮여 있는 것도 불참의 한 원인이다. 30일 개막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메이저대회 디 오픈, PGA챔피언십 등이 잇달아 열린다. 7주 동안 3개 대륙을 강행군해야 한다는 얘기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에 부활한 골프. 8월 열리는 리우 올림픽 골프 종목에는 남녀 개인전으로 각각 금·은·동메달이 걸려 있다. 단체전은 없다. 4일간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경기를 펼쳐 승자를 가린다. 출전 선수는 남녀 각각 60명이다. 남자는 8월11~14일, 여자는 8월17~20일 경기가 열린다. 출전 선수는 7월11일 발표된다.
6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이번 올림픽은 골프의 흥행몰이를 위해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를 많이 보유한 국가는 4명까지 나갈 수 있다. 한국의 여자선수는 14위 이내에 7명이나 몰려 있다. 치열한 집안 경쟁을 하다가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남자는 안병훈(24·CJ오쇼핑)과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등 2명이, 여자는 박인비, 김세영(23·미래에셋), 전인지(22·하이트진로), 장하나(24·BC카드) 등 유력하지만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 다른 선수들이 ‘어부지리’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인비와 장하나는 이미 오는 21일 열리는 8개국 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도 포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