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가 의약품 산업 선진화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를 목적으로 제약산업 규제 강화를 추진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들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21일 국제 제약시장 조사기관인 IMS헬스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제약시장은 1조1000억 위안(약 194조 원), 2011∼2015년 연평균 성장률은 16.0%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등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의약품 시장의 2016∼2020년 연평균 성장률은 이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6.9%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중국 의약품 시장의 고성장세를 보고 진출을 준비 중이던 국내 제약업체들의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중국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은 1996년 소아정장제 ‘마미아이’ 출시를 시작으로 중국 의약품 시장에 진출했으며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21%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제약시장의 변화로 한 자릿수 성장(8.7%)에 그칠 전망이다. 북경한미약품은 올해 10% 내외의 약값 인하가 예상되며, 임상 준비 중인 50여 개 이상 품목의 발매 시기도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사정이 어려워지긴 마찬가지다. 현재 동아에스티는 당뇨신약 ‘슈가논’, 항결핵제 ‘크로세린’, 불임치료제 ‘고나도핀NF’ 등의 중국 수출 계약을 맺고 현지 개발 및 허가를 진행 중이나 차질이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중국 선양의 랴오닝대웅제조소를 설립해 2017년부터 대웅제약의 주요 약품을 직접 생산ㆍ판매할 계획을 세웠는데, 중국 의약품 시장 성장세가 축소됨에 따라 예상매출을 수정해야 할 형국이다. 중국 아동의약품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조아제약도 진출 계획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사 중국 사업 담당자는 “자국산업보호가 워낙 강한 나라인데 특히 제약은 규제가 매우 강한 편”이라며 “중국은 이전에도 결코 진입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었는데 의약품 규제정책 강화로 더욱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와 현지 제약사는 영업방식을 바꾸고 있고 북경한미약품도 학술 중심의 마케팅, 기존 제품의 규격 다양화,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으로 대응할 계획을 밝혔다”며 “향후 중국 제약시장에서는 R&D와 생산에 강한 업체가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매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의 제약시장이 최근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춤해졌다”며 “지난해 5%에 이어 올해도 비슷한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 제약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요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에 따른 마케팅 위축,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인하, 임상자료 조작 사건으로 인한 신제품 허가지연, 행정 단위별로 입찰시장 경쟁, 정부 지정 병원 예산 내 의약품 처방 등이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