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비리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그룹 정책본부 핵심 관계자들을 조사하며 신격호·신동주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 수사팀은 16일 채정병(66) 롯데카드 사장과 이봉철(58)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조사했다고 17일 밝혔다. 채 사장은 2011년 정책본부 지원실장으로 재직했다.
검찰은 신격호 부자의 재산을 관리해 온 채 사장과 이 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계열사 간 투자나 자산거래, 해외거래 과정에서 정책본부의 역할이나 자금 흐름 등에 관해 사실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정책본부를 중심으로 핵심 계열사에 대한 압수물 분석과 실무자 소환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며 "롯데 금융사로 수사를 확대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격호 회장은 1년에 백억여 원을, 신동빈 회장은 2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해마다 계열사로부터 받아 따로 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금액 중 어느 정도의 액수가 부외자금(비자금)으로 형성된 것인 지를 관련자 조사와 회계자료 대조 등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롯데 측은 이 금액에 대해 신격호 회장 부자가 받은 급여와 배당금일 뿐, 별도의 비자금을 형성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채 사장과 이 실장 외에도 정책본부 전·현직 직원 5~6명을 불러 압수물 분석에 관한 설명을 듣고 정책본부의 역할 등에 관해 조사했다.
한편 롯데그룹이 미리 수사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책본부 하드디스크가 파괴된 사실을 발견했다. 파손 시점은 4월 중순으로, 롯데그룹 수사가 내사 단계에 머무르던 시기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 측에서는) 3월 이후부터 수사설이 돌아서 파기를 했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