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리 수사는 △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그룹 및 총수 일가의 불법 부동산 거래 등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롯데가 해외 역분식회계, 부동산 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 전방위적인 방법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자금 담당 임직원 조사를 벌이면서 오너 일가의 내부 거래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이와 관련해 일일이 해명할 수 없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억울한 부분도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 투자서 수천억 횡령 의심 ‘역분식회계 가능성’ = 검찰은 롯데그룹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단서를 확인하고 이 돈이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롯데쇼핑이 홍콩법인인 롯데쇼핑홀딩스를 통해 최근 5년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과대하게 부풀리는 역분식회계 방법으로 수천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축소하는 분식회계와 달리, 역분식회계란 손실 폭을 늘려 차액을 챙기는 방식이다.
중국 부실 투자 문제는 지난해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형제의 난’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이 중국 투자로 1조원대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신 회장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다.
검찰은 누적 해외투자 손실이 1조원대로 알려졌지만, 실제 회계장부를 통해 파악된 손실규모는 3조원대이며 손실 금액을 늘려잡는 방법으로 챙긴 차액이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계열사 끼워주기 = 검찰은 또 롯데가(家) 사이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富)의 이전이 일상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3년까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자녀와 배우자가 주주로 구성된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3개 업체에 영화관 내 매장을 헐값에 임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 3개 회사는 수년간 영화관 내 고수익이 보장되는 식·음료 매장사업을 독식해 수년간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이 사건은 2012~2013년 국감 등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지적을 받고 신 회장의 지시 아래 이미 시정됐다고 강조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롯데정보통신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 등은 자사와 거래하는 카드결제 대행업체들에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카드결제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일감을 롯데정보통신에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피에스넷은 현금인출기 구매 사업 과정에서 중간에 또다른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을 끼워넣어 40억여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총수나 대주주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식을 통한 비정상적인 특혜를 통한 배임구조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땅 부자 롯데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 신 총괄회장이 소유한 경기도 오산시 토지 10만여㎡를 2007년 롯데쇼핑이 물류센터로 개발하면서 애초 매입 추진가인 700억원보다 330억원 많은 1030억원에 사들였다는 점도 비자금 조성의 한 방법으로 지적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쇼핑 등 계열사가 토지 매입시 외부기관 등과 함께 실사 평가를 다 거쳐 매입가격을 정하는데, 어떤 기준에서 ‘웃돈’이 거론되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롯데상사는 2008년 신 총괄회장이 보유중이던 토지를 504억원에 사들였다. 골프장을 짓기 위한 매입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런데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롯데상사는 신 총괄회장에게 땅값을 치르기 위해 500억원을 유상증자했고, 유상증자에는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 9곳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