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책임론이 정·관가를 강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이자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은 정부와 청와대의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발언하면서부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9일 이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홍기택 전 회장이) 특정 신문과 인터뷰를 한것부터 의도가 의심된다”며 “검찰수사를 앞두고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며 반발했다.
앞서 홍기택 전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 자금지원 결정에 대해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애초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으며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참석했을 때 대우조선 지원을 위한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분담 몫이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서별관회의에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안종범 전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는데, 이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유일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책임론에 대해 “홍 회장의 개인적 의견”이라며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고 반박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 구조조정이란 손실 분담의 문제"라며 "여신액 비중 산출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할지를 두고 당시 산은과 수은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실이나 신규 자금지원의 분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그 기업의 정상화는 어렵게 된다"며 "법정관리에선 법원이 조정 역할을 하듯이 당시에는 제가 그 역할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이해 조정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만약 다시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오면 또 그 역할을 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최경환 전 부총리,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 홍기택 전 회장, 강석훈 경제수석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는 이들이다. 홍 전 회장이 산은 회장에 임명되자 최 전 부총리나 안 수석이 힘을 썼다는 관측은 나왔었다.
이런 ‘실세’간 책임 공방은 정권 말 레임덕 현상과 연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관료는 “현재 시장에서 신뢰받는 유일한 당국자는 임종룡 위원장”이라며 “구조조정 협의체 의장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에서 정치인 출신인 유일호 부총리로 교체하면서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