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부터 소주와 맥주 빈병 취급수수료가 최대 14원 인상된다. 빈병을 수거해 운반해주는 도소매 업체에 지급하는 취급수수료가 인상되면서 주류업체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결국엔 '주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6일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제조사는 도소매업체에 소주병 취급수수료를 현행 16원에서 28원, 맥주병은 19원에서 31원 지급해야 한다. 2018년 1월1일부터는 소주병 30원, 맥주병 33원으로 각 2원씩 인상된다. 제조사는 빈용기 재사용 확대 등 빈병 취급수수료 인상으로 발생하는 추가 편익은 전액 도소매업체에 환원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2009년 이후 동결된 취급수수료를 물가인상 등을 고려해 현실화한 것으로 술값 인상 논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주류업계도 "이로 인한 술값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결국엔 제조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주류업체 입장에서 취급수수료 인상에 따른 비용상승 요인은 뚜렷한데 빈병 재사용률 증가에 따른 추가 편익은 환원해야한다면 결국 중장기적으로 마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술값 인상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당장의 주류 출고가 인상이나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향후 제조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 인상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소주의 경우 지난해 가격이 올라 올라 당장 취급수수료 인상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없지만, 맥주는 예외다. 맥주의 출고가격은 지난 2012년 5% 인상된 이후 약 4년간 동결돼있는 상태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7월 28일 하이트맥주(500㎖) 병당 출고가격을 1019.17원에서 1079.62원으로 60.45원 올렸고, 오비맥주는 8월 20일 카스(500㎖) 병당 기준 출고가격을 1021.80원에서 1081.99원으로 60.19원 인상했다.
실제 올 여름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주류업계 내에서는 사실 '맥주값 인상 눈치작전' 을 펼치고 있다. 맥주점유율 1위 카스를 만드는 오비맥주가 맥주가격 인상을 선언한다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 후발주자들도 따라서 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롯데의 경우 이미 출고가가 경쟁 브랜드에 비해 약 15% 높은 까닭에 이번 인상 행렬에서는 빠질수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주류 가격이 인상됐던 시기를 살펴보면 재보궐선거·19대 총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들이 있었던 2009년과 2012년에 이뤄졌다"며 "올해 20대 총선을 치뤘고 소주·제과·빙과류 등 주요 식품가격의 인상이 이뤄지면서 맥주 가격 인상 분위기도 점쳐지고 있어 7~8월 여름을 앞두고 단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