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주가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과 함께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주식매수청구 가격 산정에 잘못이 있다는 법원의 최근 판결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분간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시장의 평가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4.20%(5000원) 하락한 11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물산은 11만2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12월 제일모직의 상장일 종가였던 11만300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했던 작년 6월 최고점인 20만6000원(2015년 6월 8일)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45.38%)이 난 셈이다.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가하락을 이끄는 가장 주된 배경은 ‘실적 악화’다. 이 회사는 합병 이후 첫 실적인 작년 4분기 890억원의 영업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5배에 달하는 44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부문의 손실이 가장 컸고 저유가와 내수부진 등으로 상사, 리조트, 패션부문의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부각됐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합병 다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과 관련한 소송에서 일성신약 등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삼성물산이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주가를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1심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별개로 진행되고 있는 합병무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다.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법원이 2심 판결을 유지한다면 최악에는 추가로 지급해야 할 비용은 750억원 수준”이라며 “합병 무효소송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데다 법원이 이사회 합병 결의일을 기준으로 하는 합병가격 산정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이슈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물산의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실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사업 부문은 건설이 유일하지만 건설 부문은 당분간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