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지부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정치권과 정부를 겨냥해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김 교수는 30일 이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의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학자로서 반성하는 입장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게 됐다”면서 말문을 뗐다. 앞서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이원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10여명은 이날 ‘구조조정,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안을 공부하고 의견을 나누는 월례 모임을 해 왔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은 내가 청와대에서 정책을 총괄할 때부터, 즉 과거 정부에서도 대두됐던 사안이었는데 매번 현안에 파묻혀 넘어가길 일쑤였다”면서 “정치권과 현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해 감조차 잡지 못하고 회피만 하려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좌우진영논리나 어느 정부 사람이었냐를 떠나 지식인 대 지식인으로 머리를 맞대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구조조정의 번지수가 한참 잘못돼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그는 “구조조정을 위해선 대통령이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신산업에 대한 구상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신산업 방안이 제시되지 못할 경우 살릴 것도 죽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비용 조달 방법에 대해서도 제대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양적완화는 현 세대에, 재정 투입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만큼 법ㆍ제도적 통제장치를 마련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책임 하에 진행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동시장의 재편, 신산업 창출, 정부 재정 투입, 구조조정 인력 재교육ㆍ재훈련 등과 같은 복합적인 문제와 연계돼 있는 만큼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교수는 특히 “인력 구조조정이나 비용 마련을 위한 공적자금ㆍ재정 투입에 있어 국회가 논의를 주도하게 되면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부실한 환부를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권이 헤매더라도 대통령만은 중심을 잡고 국가경제를 살리는 구조조정 작업을 책임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