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벼랑 끝에 선 조선과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연내 60척 내외의 선박 조기 발주를 추진한다. 민간과 손잡고 관공선과 연안여객선, 어선 등을 발주를 앞당겨 수주 절벽으로 인한 경영난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구조조정 작업과 별도로,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 등 협력업체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묘안인 셈이다.
26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연내 중소 조선사를 대상으로 선박을 조기에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관공선을 포함해 민간의 내항 쪽 연안여객선, 어선, 화물선 등의 발주 물량을 확보해 중소 조선소의 수주를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여기엔 국회와 정부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련 법령을 고쳐 여객 및 화물겸용 여객선에 대해 선령 기준을 최대 30년에서 25년으로 강화함에 따라 노후선박에 대한 교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형 컨테이너나 유조선 등의 발주를 필요로 하는 대기업 조선업체과는 달리, 중소 조선소의 경우 정부가 적게는 몇십억, 크게는 200~300억원 규모의 어업지도선 등 관공선만 수주해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중소 조선소가 조기 발주 물량을 받을 경우 밸브나 배관 등 조선 기자재 협력업체도 혜택을 받는 낙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협력업체를 위해선 사회간접자본(SOC)나 발전 사업에 기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는 지원 방안도 고심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저유가로 고전 중인 해양플랜트 업계를 위해 연구개발(R&D) 지원금을 주거나 중소조선사를 R&D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향의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은 여전히 6년 전 수준인 평균 2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있는데, 이를 40~6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초를 닦겠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 조선·해운업계를 살릴 묘책으로 제기되는 계획조선은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금지 규정에 어긋나는데다, 에너지 공기업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는 별도로 산업부는 오는 8월 기업활력제고법 시행에 맞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 대기업의 사업 재편을 돕기 위한 업종 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측면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8월 안에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조선업의 경쟁력 수준과 공급과잉에 대한 진단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