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현재 정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개헌 논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할 구조적 전환기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제19대 국회 후반기 의장직 퇴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를 떠나면서 제가 바라보는 우리 정치가 대단히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10년 후 대한민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날이 갈수록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를 바라보는 정치, 국익과 민생이 아니라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힌 정치가 되어가는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지난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명확하다.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구태의연한 이념적 색안경으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조금만 생각이 달라도 내 편이 아니라며 배척하며,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한심한 정치를 그냥 둘 수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아직도 권위주의 시절에 살고 있는 정치권 일부와 구시대적 행정편의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공직사회의 인식부터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며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시대는 오래전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욱 폭넓게 수용해 갈등을 녹여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 ‘협치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국가적 과제와 비전이 구현되어 있는 새로운 헌법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개헌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축적되어 있다”며 “20대 국회 출범 직후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와 여당에서 자신이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난색을 표하며 폐기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내비쳤다. 정 의장은 “국회운영제도 개선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중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들었다”며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정 의장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사하고 특정한 국정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되어 있는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며 “정책적으로 현안조사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책과 대안을 마련해 국민들의 걱정을 하루속히 풀어드려야 할 의무가 국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의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 의장은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를 비롯해 연중 상시국회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 국회법이 이번 정부가 임기 끝까지 국정을 원만히 운영하는 데 오히려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현 선거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현행 소선거구 제도는 다수의 사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깨기 어려운 심각한 단점이 있다”면서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장은 지난 2년 간의 의장 수행 활동을 되돌아보며 “부족한 제가 국회의장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표했다. 이어 “집무실에 ‘참을 인(忍)’자를 써서 걸어놓고 어떻게든 소통과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회고했다.
정 의장은 “마침 정쟁이 아닌 협치가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비례대표제 등 근원적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편 그는 향후 자신의 행보와 관련, “이제 국회를 떠나지만 낡은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면서 “협치와 연대의 정치개혁, 국민중심의 정치혁신에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 텐트’를 함께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