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에서 옷은, 무엇을 어떻게 입고 있는지에 따라 개인을 나타내는 ‘틀’의 역할도 한다. 명함을 주고받지 않아도 상대의 옷차림을 보고 나보다 뇌가 먼저 머릿속 데이터를 기반으로 본능적인 분류를 하게 된다. 나 자신 또한 어제와 오늘이 같은 사람이지만 어떤 옷을 입는지에 따라 행동거지가 달라지는 점을 보인다.
대학 시절 동아리를 통해 경복궁 내에서 한복을 입고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활동을 하였다. 한여름이었음에도 전통 한복은 관광객들 앞에서 부채질조차 조심스럽게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금요일 자유복을 입고 출근한다. 퇴근 후 주말로 이어지는 여가시간을 십분 즐기라는 대표님의 배려이리라. 주말이 다가와 신나는 마음뿐 아닌, 옷의 영향으로도 매주 금요일 나의 걸음걸이는 평소와 사뭇 다르다. 치마와 구두를 신은 신입사원의 조신한 걸음걸이가 아닌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걷는 모습은 마치 첫 엠티(MT)를 떠나는 대학교 신입생의 걸음걸이다.
사무실에 도착한 후의 변화도 흥미롭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딱 붙인 자세에서 벗어나 굽은 허리와 다리를 편히 꼰 자세로 일한다.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있으나, 주말을 앞둔 편한 마음과 옷차림은 업무 효율을 올려주는 기분이 든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했다. 가벼운 옷차림을 입을 수 있는 금요일이 더 반가워질 것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 날, 어느 옷차림이든 무슨 상관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