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문화 분야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3시40분께 경기도 하남시 자택에서 향년 93세에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평양 출신으로 평안남도 평양공립상업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54년 민주당 선전차장·국제문제연구소 총무로 정계에 입문해 1960년 제5대 민의원으로 선출됐다. 강원도 철원·화천 등을 지역구로 제 5, 6, 7, 8, 9, 13, 14대 7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13대 국회에서 전반기(1988∼1990년) 국회의장을 지냈다. 또 외무부와 재무부 정무차관도 역임한 바 있다.
김 전 의장은 1990년 3당합당 이후 민자당 고문으로서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1992년 대선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찬조 연설자로 나서 김 전 대통령을 한고조 유방이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 집권 후 ‘역사 바로 세우기’와 함께 진행된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한 정치권 물갈이에서 부정축재 의혹에 의원직에서 낙마했다. 그는 정계를 은퇴하면서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뜻의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말을 남겼다.
한동안 정계에서 떨어져 지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후보를 돕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해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한일의원연맹 회장, 서울대 총동창회장, 한국대학동창회협의회장, 통일고문회의장 등을 지냈다.
김 전 의장은 문화 사업에도 다방면으로 헌신했다. 지난 1970년에는 교양지 ‘샘터’를 창간해 최근까지 고문으로 자리를 지켰다. 또 1976년 월간 ‘엄마랑 아기랑’을 발행했고 1985년 파랑새어린이극장 대표를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부인 이용자씨와 아들 성진 성린 성봉 성구 씨 등 4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