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추진하기로 한 한국-이란 경제협력 내용은 다양하다. 정유와 천연가스시설, 고속도로와 철도, 석유화학 생산단지, 발전소, 제철소, 전문치료병원 등 이란이 경제회복을 위해 필요한 주요 사업들을 망라하고 있다. 물론 경제협력 내용이 아직 구속력을 갖는 수준은 아니다. 합의 수준별로 보면 양해각서 13건, 거래조건 협정 4건, 업무협력 합의 3건, 가계약 2건 등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따라 경제협력의 실제 내용과 성공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1970년대 중동에 진출해 기적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 이란 정부의 신뢰가 높다. 여기에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업체들에 비해 기술력이 뛰어나고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 업체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앞선다. 이란과 경제협력사업 개발에 노력을 집중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란에 대한 국제 경제 제재의 여파로 이란과 한국의 교역규모는 2011년 174억 달러에서 2015년 61억 달러로 감소했다. 경제협력을 본격화하면 양국 간 교역규모는 이른 시일 내에 경제 제재 이전 수준을 넘어 빠른 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란과 경제협력이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장 큰 위험이 핵 재개발 위험이다. 이란이 유엔과 합의한 비핵화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지 않을 경우 바로 경제 제재가 자동으로 발동한다. 그러면 이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경제협력은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또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 이란과의 경제협력이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저유가가 계속되면 이란 정부의 재정상태가 악화해 경제개발사업이 전반적으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경제협력 기회를 결코 놓치면 안 된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은 실의에 빠진 우리 경제에 고도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이란 경제 붐은 성장절벽 상태에 빠진 우리 경제에 재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협력사업이 성공해 제2의 중동 신화가 시작되면 우리 경제는 주력 산업들이 다시 날개를 달아 성장동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상태에서 42조 원의 경제협력 성과를 자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위험도를 면밀하게 분석해 현명한 투자전략과 위험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건전성 확보가 선결조건이다. 조선, 해운, 철강 등의 주력 기업들이 부실한 경영상태에 처해 이들 기업이 무모하게 출혈경쟁을 할 경우 한꺼번에 실패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은 자금 조달이다. 이번에 합의한 경제협력에서 이미 수출입은행은 150억 달러, 무역보험공사는 10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추진 사업이 부실화할 경우 손실은 모두 국민의 몫이다. 국책은행의 일방적 자금지원 대신 시장이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도록 해 900조 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우리 경제는 국책은행들이 부실 대기업에 무모하게 자금을 지원해 국책은행과 대기업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란과 경제협력에서 같은 사태를 반복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