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3세들의 전쟁터가 된 면세점 시장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루이비통을 품으며 명품 유치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신세계, 한화, 두산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작년 7월과 11월 두 차례 특허 입찰에서 새로 서울시내 면세점 운영권을 얻은 HDC신라(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사), 한화, 두산, 신세계 등 4개 대기업 가운데 3대 명품(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중 하나라도 유치한 업체는 HDC신라가 처음이다.
3일 HDC신라면세점에 따르면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에 루이비통·디올·펜디·불가리 등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20여개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하반기부터 입점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 등을 거쳐 LVMH 브랜드 매장들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외 소비자들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LVMH의 20여개 브랜드를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성과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현장 경영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롯한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사)의 임원들의 끈질긴 설득 노력도 LVMH 입점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지난 2010년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처음 유치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았고, '명품 없는 면세점'의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직접 해외 현지를 찾아 명품업체 회장들을 만났다.
또 최근에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이 지난달 19~21일 미디어그룹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Conde Nast International) 행사 참석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머물면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직접 방문했을 때 직접 안내하며 용산 지역의 발전 가능성, 면세점 중심 한국 관광산업의 성장 잠재력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대로 LVMH 브랜드가 대거 들어서면,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3층 국내외 고급 화장품 △4~5층 패션·잡화 명품관 △6층 K-디스커버리 한류관 △7층 지방자치단체·토산품 상생협력관으로 이어지는 상품 구성(MD)를 완성하게 된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제외하고 서울 시내면세점에 입성한 다른 3곳의 명품 유치는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가면 자칫 '명품 없는 면세점'이라는 낙인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의 면세점 사업은 정유경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이 직접 챙기고 있지만 오는 18일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여는 시내 면세점에 입점이 확인된 명품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갤러리아면세점63에는 김승연 회장의 셋째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갤러리아면세점 TF 차장)이 참여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의 면세점 사업에는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이 사업전략 담당 전무로 합류해 챙기고 있다.
이들은 명품 유치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국가별 매장 수를 제한하는 까닭에 국내 추가 입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루이비통의 경우 이미 시내면세점 한 곳(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둥지를 틀 예정이여서 다른 면세점에는 만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특허권을 상실한 롯데면세점 잠실 월드타워점이 이번에 부활의 기회를 얻게 되면서 이곳에 입점한 명품 브랜드들도 굳이 짐을 싸지 않게된 상황이여서 신규 면세점의 '명품 빅3' 유치는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