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가 “인공지능은 20~30년 안에 인간의 모든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라리는 26일 서울 중구 동화빌딩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간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기술은 인공지능이다. 인간이 감정적 기술로 인공지능에 대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확신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물학을 공부해보면 알겠지만, 감정은 인간이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일 뿐이며 신기한 현상은 아니다”라며 “인공지능은 인간의 표정, 목소리만 가지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분석하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라고 설명했다.
하라리는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해결책은 없다. 인공지능은 30~40년 안에 인간의 모든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는 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그 혜택은 무한할 것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멸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을 이용할 때 기술이 우리를 섬기게 해야지 우리가 기술을 섬겨서는 안 된다. 기술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묻는 것에만 답한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질문은 우리가 한다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의식’으로 인공지능을 앞설 가능성은 남겨뒀다. 하라리는 “마음은 과학이 이해하는데 실패한 주제이기도 하다”라며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도 인간의 의식은 가질 수 없다. 지능은 높은데 의식은 없는 상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의식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 채 지능만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벽히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현재 세대보다 자녀 세대에게 더 큰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하라리는 “자녀 세대가 40대에 들어섰을 때면 지금 배우는 모든 지식이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 교육체제는 산업시대를 맞아 인간을 살 수 있게 준비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30~40년 후 어떤 세상이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라는 것만 인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교사와 연장자에게 배운 지식으로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기술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이 불행한 일만은 아니다. 그는 “새로운 모델은 전쟁이나 갈등, 재앙으로부터 나온 경우가 많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 때까지 죽음, 고통 파괴를 불러온다”면서 “핵무기를 토대로 강대국들이 정치적 틀을 바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가 왔다. 이런 방식으로 ‘기술과 인공지능을 평화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마무리했다.
한편 2002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하라리는 현재 이스라엘 히브리대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2011년 출간한 ‘사피엔스’는 인류의 기원부터 인공지능, 펼쳐질 미래까지 기존의 역사 단계 구분법을 뛰어넘어 인간의 문화와 정치, 종교, 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캐나다, 브라질 등 30개 언어로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는 지난해 출간돼 13만 부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