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국은 머잖은 미래에 인간 감정이,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AI)에 휘둘리게 될 것을 시사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40)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가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결과를 놓고 미래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하라리 교수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자택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공지능에 감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감정이 없는 AI가 인간 감정을 충분히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승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이 알파고처럼 감정이 없었다면 불계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세돌 9단은 10일 알파고를 상대로 211수 끝에 백 불계패했다. 전날 제1국에서 186수 만에 흑 불계패한 데 이은 2연패였다. 불계패란 계가를 하지 않고 지는 것으로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라리 교수는 이번 전체 5개 대국의 승리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이세돌 9단이 전체 대국에서 이긴다 해도 인공지능은 5~10년 내로 인류를 앞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계패에 대해 “인간은 감정적 판단으로 불계패를 던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인공지능은 감정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경우의 수 분석에 따라 패배를 인정할 뿐이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저자다. 이 책은 인류 진화 관점에서 10만년에 걸친 인류 역사를 단 한 권에 집약시킨 작품으로 전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세계 각국 30개 언어로 출간됐다.
하라리 교수는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대국을 넘어서 과학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새로운 세대에 무엇을 교육할지 국가들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IT 공룡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인간을 더 잘 파악하고 분석해 “마치 부모처럼 직업이나 배우자 선택에도 참견하게 될 것”이라며 “인간은 이러한 발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하라리 교수는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방한해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 서점에서 독자와의 만남 행사 등을 갖는다. 출판사 김영사에 따르면 하라리 교수는 과거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작품으로 내한했던 것처럼 독자를 대상으로 대형 강연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