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부터 급속히 진행된 국제유가 하락이 과거 1980년대 중반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제유가는 하락기를 벗어나서도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이번도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한국은행 국제종합팀 이재원 과장과 조인우 조사역이 공동 발표한 ‘1980년대 중반과 금번 유가하락기의 원유시장 여건 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4년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금번의 국제유가 하락기는 1980년 이후 다섯차례의 유가하락기 중 1985년 12월부터 1986년 7월 진행된 하락기와 시장여건이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고 전했다.
또 유가급락 이후 OPEC의 감산협의가 정치적 대립과 OPEC의 유가조정 능력 약화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1988년 이란과 이라크간 10년 전쟁 종료 후 이라크는 전쟁 복구자금 마련을 위해 OPEC 감산합의를 이끌어 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점유율 축소를 이유로 1986년 이후 가격 조정자 역할을 포기했다. 반면 현재는 산유국간 생산량 동결 합의가 이란의 불참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수요측면에서는 세계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원유수요 증가세가 둔화된 점이, 금융측면에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봤다. 우선 세계경제 성장률은 1984년 4.7%에서 1986년 3.7%로 낮아졌다. 최근도 신흥국 성장둔화 등으로 세계 경제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2%로 예측, 당초전망치에서 0.2%포인트 낮췄다.
미 연준도 1980년대 중반 고물가에 대응키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양적완화 종료와 지난해말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1980년초 대비 1985년 플라자합의 이전까지 93% 절상됐다. 2014년 중순부터 올 1월까지 23% 절상을 기록중이다.
반면 차이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 중반에 비해 비OPEC의 생산량 감소폭이 컸고, 세일오일 투자의 원유생산 파급시차도 크게 단축됐다. 또 선물시장 거래가 크게 늘었다. 뉴욕상업거래소 거래 기준 선물거래가 현물 대비 4배 이상이라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요인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됐다.
보고서는 이같은 분석결과 향후 국제유가가 1980년대 중반 하락기 이후 장기간 낮은 수준에 머문 것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향후 국제유가는 비OPEC의 생산감소와 OPEC의 생산동결 기대 등으로 점차 상승할 전망이나, 이란의 원유생산 확대, 달러화 강세, 유가상승시 셰일오일생산 증가 가능성 등으로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고 봤다. 또 시장의 기대 변화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수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이재원 한은 국제종합팀 과장은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은 1980년대 중반과 유사한 모습”이라며 “향후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급락기 이전 수준인 배럴당 100달러 정도까지 상승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월평균 브랜트유를 기준으로 유가 정점 월에서 40% 이상 하락한 경우 저점 월까지를 하락기로 설정했다. 금번 하락기의 저점은 올 1월로 전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