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법이나 노동개혁법, 그리고 은산분리법 등의 통과를 다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힘으로 하는 정치’가 아닌 연구와 소통을 통해 ‘실력으로 하는 정치’의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반가운 3당체제라고 할 것이다.
도덕경 제3장에 정치인들이 민심을 얻는 방법이 있다.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常使民無知無欲’(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상사민무지무욕), 마음을 비우게 하고 배부르게 해주고 감히 높은 뜻을 갖지 말고 몸을 실하게 해주면 백성들은 깊이 알 것도 없고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는 욕심도 내지 않는다. 그러니 ‘使夫知者不敢爲也 爲無爲則無不治’(사부지자불감위야 위무위즉무불치), 위(爲)! 다시 말해 자기 정당의 이익이나 국민을 빙자해서 특정 기업을 감싸는 그런 ‘꾸밈이 있는 정치’를 하지 말고, 무위(無爲), 곧 ‘꾸밈이 없는 정치’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3당체제하에서 어느 당이건 이 배고프고 목마른 국민들을 위한 무위의 정치를 잘하려면 금융, 특히 증권인들의 실력, 특히 ‘구조화 증권’을 잘 만들어내는 실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2010년은 대기업·중소기업 동반 상생 성장이 사회의 화두였다. 연일 재벌기업들이 언론의 질타를 받자, 그해 5월 삼성 이건회 회장이 당시 증권사장을 불러 “삼성증권은 고객들 돈 잘 벌어주느냐”고 물었다. 사장은 고객 평균 수익률을 제시하며 고객 재산을 잘 불려주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이 회장은 삼성증권은 그 실력으로 돈 있는 사람만 돈 벌어주지 말고 돈 없는 사람도 돈 벌어주는 것을 연구해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사회공헌할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불똥은 당시 PB연구소장이던 필자에게 떨어졌다. “무자본으로 3개월에 1000만 원 버는 방법을 연구해서 제출하라!”.
끙끙대던 필자에게 당시 한 재벌그룹 회장이 해준 충고가 걸작이었다. “우 소장! 무자본으로 3개월에 1000만 원을 버는 방법이 있다면 부자들이 그렇게 법망을 피해가며 자녀에게 현찰을 물려주려고 하겠는가? 고기 잡은 자신도 잡는 법을 모르니, 고기 잡는 방법 대신 자기 고기를 주려고 하는 것이라네. 그 지시를 한 당신 회장도 아마 모를 걸세”였다.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인 회두에 고민하고 연구하기를 5년! 결국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자본으로 1000만 원을 벌려면 최소한 세 사람이 필요했다. 첫째, 돈 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사람. 둘째, 그 제안이 실현 가능하다고 동의해주는 돈 있는 사람. 셋째, 그것을 실현한 ‘구조화 증권’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공자님도 3당체제를 좋아하셨는지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라고 했다. 또 ‘我非生而知之者 好古敏以求之者’(아비생이지지자 호고민이구지자), 세 명이 길을 가면 필히 나의 스승 될 사람이 있는데 나도 나면서부터 저절로 도를 아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찾아 배워 알게 되었을 뿐이니 서로서로 잘 배우라 하셨다.
무자본으로 3개월에 1000만 원을 못 버는 것은 1)돈 있는 사람 2)돈 필요한 사람 3)그것을 구조화시켜 돈 1000만 원 만들어낼 실력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세 번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증권회사라는 것을 한국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지난 16년 양당 정치판에는 분명 그런 지략가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