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그 이후 행보는 뒤처져 있습니다.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제이미 알렌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의장은 18일 오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청회 및 정책토론회' 기조연설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ACGA에 따르면 한국은 국가별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 아시아 11개국 중 8위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알렌 의장은 "다른 나라들이 한국보다 더 강한 기준을 가지고 더 빨리 발전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규제적 측면이 약하고 규제력을 담당하는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서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반면 한국인 이제서야 도입을 의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인 모범규준은 잘 갖췄지만 그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순환출자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알렌 의장은 "10% 이하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배력을 갖지 못하지만 한국은 계열사 간 지분률이나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이 문제점을 야기한다"라고 밝혔다.
알렌 의장은 이번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학자 대신 실질적 경험을 갖춘 사람을 사외이사에 임명하고, 개별 이사회 구성원들은 관련 자료를 해석할 수 있을 정도의 재무적 지식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다른 국가는 이사회가 감사위원회나 감사 기구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거래소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마련한 이날 공청회와 정책토론회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와 그 내역을 공시하게 하는 내용들을 골자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2차 개정안의 초안이 공개됐다.
먼저 개정안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의 기업지배구조 원칙 개정 사항 등이 반영됐다.
또 기관투자자들이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의 내부 규정을 제정해 공표하고,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그 내역을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개정안 발표를 맡은 정재규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관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자본시장법과 상법,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국내 지배구조 관련 법령의 개정사항을 반영하고, 기업 지배구조 전문평가기관인 ACGA의 권고사항인 리스크관리위원회 구성과 이사회 내 다양성 추구 등이 포함됐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는 올해 안에 '원칙 준수·예외 설명(Comply or Explain)'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2014년 평가에서 지적받은 내용과 개선해야할 내용을 고민하고 있다"며 "모범규준을 근간으로 이행 여부와 이유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대기업을 시작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공청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개정안에 대한 업계와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뒤 6월 기업지배구조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2차 개정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