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 공사를 멈추지 마세요

입력 2016-04-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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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효 사회경제부 기자

지난달 말 서울시교육청 본관 앞에 보호자 없는 발달장애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학생들을 놓고 간 건 아이들의 부모였다.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내 발달장애인 직업교육·훈련기관(커리어월드)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다시 중단되자 학부모들이 내린 마지막 선택이었다. 이들은 6월까지 센터를 완공하겠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약속을 받아내며 닷새 만에 농성을 해제했다.

‘커리어월드’ 건립은 지난해 9월에도 공사가 중단됐었다. 고등학생과 장년층 장애인이 일반 중학생과 한 학교 공간을 나눠 쓰게 할 수 없다는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서다. 장애인의 우발적 행동이 일반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였다. 집값 하락 가능성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주민들은 서명운동은 벌였고 ‘어린학생과 발달장애인은 공존할 수 없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공사 재개를 호소했다. 공사는 겨우 재개됐지만 지난 2월 다시 멈춰졌다. 주민들은 ‘님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전체 자치구 중 무려 8개 구에 특수학교가 없다. 시교육청이 이를 건립하려 할 때마다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서울에서 특수학교가 신설되지 못한 건 벌써 14년째다.

특수학교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는 1996년 당시 주민들의 행정소송 등 계속된 방해로 공사 일정이 차질을 빚어 개교가 미뤄졌다. 입학 예정이었던 30명의 학생들은 인근 학교에 맡겨져야 했다. 그해 신림동 정문학교 역시 집값 하락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로 같은 일을 겪어야 했다. 장애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민의식이 20년 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 20년 사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배 넘게 뛰었지만 장애아 관련 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의식은 여전하다. 조 교육감이 이번 시설 건립과 함께 임기 내 특수학교 2곳을 짓겠다는 약속을 이행해 답답한 우리의 자화상을 바꿔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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