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집권여당과 정부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원내 제1당 자리까지 내주면서 철저한 패배를 직면해야 했다.
더민주는 호남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110석을 챙기며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섰다. 반면 공천 갈등 등 집안 싸움에 매몰된 새누리당은 105석으로 내려앉았다. 국민의당은 25석을 챙기며 호남을 기반으로 한 ‘녹색돌풍’을 불러일으켰고 정의당은 간판인 심상정·노회찬 당선인이 2석을 챙겼다.
다만 무소속 당선인이 11석을 차지하면서 새누리당은 앞으로 이들의 복당 여부에 따라 다시 제1당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대 격전지가 집결된 수도권의 민심은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새누리당은 지역 민심을 꼼꼼하게 챙기기보다는 ‘안보이슈’와 ‘예산 몰아주기’ 등 기존의 전략을 답습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총 49석이 달린 서울에서는 이변이 속출하면서 더민주가 35석을 차지했다. 강남을에선 더민주 전현희 후보가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며 새누리당의 ‘강남벨트’가 무너졌고 더민주 강병원 후보는 6선에 도전한 ‘거물’ 무소속 이재오 의원을 꺾었다.
의석 수가 60개로 가장 많은 경기지역에서도 더민주가 40석을 챙기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특히 수원의 경우 선거 사상 처음으로 갑·을·병·정·무 선거구가 에서 더민주가 ‘싹쓸이’하는 결과를 냈다. 반면 새누리당은 19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고, 성남 분당갑과 분당을에서도 패배했다. 13개 의석이 달린 인천에서도 새누리당은 4곳을 획득하는 데 그친 반면 더민주는 과반이 넘는 7석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영남권에서도 다수의 지역구를 내주며 충격을 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는 더민주 김부겸 후보가 거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꺾고 지역주의의 벽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공천 파동으로 당을 더난 무소속 유승민·주호영 후보도 승리를 챙겨 여당의 심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과 울산으로 이어진 이른바 ‘낙동강 벨트’에서조차 야권은 3분의 1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석권하며 제3당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했다. 덕분에 국회 주요 이슈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맡게 됐다. 국민의당은 사안에 따라 더민주를 제치고 새누리당과도 연계할 수 있음을 내비쳐 향후 국정운영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총선 투표율은 19대 총선의 54.2%보다 3.8%포인트 오른 58%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전남과 전북이 각각 63.7%, 62.9%로 1, 2위를 기록한 반면 대구와 부산은 각각 54.8%, 55.4%로 가장 낮게 나타나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