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과세당국에 따르면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벱스)'가 올해 입법화돼 내년 부터 시행되면 연매출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 한국 기업 약 400곳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들 기업들은 통합 기업 보고서, 개별 기업 보고서, 국가별 보고서 등 세 가지 보고서를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통합 기업 보고서에는 기업의 해외사업 활동 전반에 대한 정보가, 개별 기업 보고서에는 개별 기업의 현지 사업 구조 변경 내용, 주요 경쟁사, 법인별 특수 관계자 거래 내용 등이 담긴다.
문제는 국가별 보고서다. 국가별 보고서에는 국가별 매출액, 영업이익, 세금 납부 실적 등의 기업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다. 국가별보고서 자동교환을 위한 다자과세당국간협정을 맺은 각국 과세당국들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다국적기업 조세회피는 일명 '구글세' 라고 불리면서 마치 구글이나 애플 같은 다국적기업만 해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등 우리 기업들도 대상이다.
미국이 다자과세당국간 협정에 불참한 대표적인 이유는 구글을 위해서라는 얘기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구글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지난 1월 구글은 영국 세무당국에 밀린 세금 1억3000만 파운드(2200억원)을 내기로 합의했고, 이탈리아 세무당국에도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이번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삼성, 현대차의 국가별보고서가 EU국가들에게 어떻게 쓰일지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벱스는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도입하는 것인데 자칫 탈세로 인한 추가 과세도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EU 국가들이 구글 등 외국계기업에 공격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 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다국적 기업 자료를 우리가 EU국가에 먼저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전략적으로 고민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