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성패 열쇠가 MD(상품기획자) 손에 쥐어졌다. 유통의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상품기획이 집객 효과뿐만 아니라 매출 증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MD가 예측을 잘못하면 판매가 엉망이지만 예리한 판단을 할 때 매출은 쑥쑥 올라간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시장의 메인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유통시장의 온라인 규모는 53조원, 백화점 29조원, 대형마트는 40조원을 기록했다. 과거 ‘유통은 부동산업’이라며 매장의 위치를 강조했던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면서 유통의 핵심이 MD로 떠오른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주요 유통업체인 이마트, 현대H몰, 11번가는 차별화된 MD 능력으로 상품과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업계가 우수한 MD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업체는 이마트다. 이마트는 상품 카테고리별로 160명가량의 MD를 두고 있다. 이마트의 70%는 식품과 주방 생활용품이며 전체 상품의 80%는 직매입하고 있다. 직매입은 재고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MD능력이 그만큼 받쳐져야 한다. 또 야채·과일·어류 등 신석식품도 판매 시기를 놓치면 판매가 급락하기 때문에 구매 시기와 양, 가격을 협상하는 데 있어 MD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러한 바잉 파워와 산지 직거래 확대로 이마트는 중간 도매상의 마진을 제거했다. 최근 ‘프레드앤프렌즈’의 사례처럼 국내 업체에서 판매하지 않는 생활용품을 직접 수입 직소싱해 차별화된 상품 기획력을 선보였다.
MD 능력은 온라인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 ‘H몰’은 MD가 1인 미디어 창작자로 나와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MD리얼톡’을 지난달 시작했다. 상품을 기획한 MD가 직접 사용법과 연출법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게재하는 방식이다. H몰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영상이 노출된 제품 중 립라이너의 매출은 65%, 고데기는 117%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 11번가는 지난해 실제 상품을 유통하는 MD 이름과 사진을 고객에게 공개해 상품 신뢰도를 높이는 전략을 펼쳤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 빠르고 안전한 배송으로 고객 신뢰도를 확보하면서 핵심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는 차별화된 MD 능력에 유통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